(재테크)코스피 75% 오를 때 하락한 증시 있다

덴마크·사우디·태국, 시총 1위 기업 부진에 휩쓸려
위고비-유가-정국 안정에 주가 달렸다…덴마크에 관심

입력 : 2026-01-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지난해 코스피를 비롯해 전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동안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웃지 못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덴마크,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필리핀 등이 그 주인공인데요. 약세를 보인 사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해당국 투자자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특정 국가의 증시가 2년 이상 연속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도 흔치는 않다는 점에서 올해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덴마크 주가, 위고비 따라 웃고 울고
 
지난 한 해 전 세계 증시 중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코스피가 새해에도 연일 불을 뿜으며 신고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기록했던 2025년 연중 고점 4220은 어느새 14포인트로 마감했던 신고가는 8일 4500대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코스피는 새해 벽두부터 연일 신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데요. 이날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20조원 등 사상 최대 규모의 4분기 실적을 발표해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입니다. 코스피 쌍두마차가 계속 달리는 한 신고가 갱신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대장주들을 앞세워 초강세 행진을 벌이고 있으나 주도주를 보유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박탈감도 그에 비례해 상당합니다. 그런데 특정 업종, 섹터가 아니라 증시 전체가 약세에 빠져 우울한 나라도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덴마크의 대표 주가지수인 덴마크 OMX 코펜하겐 지수는 2025년 한 해 동안 23.5%나 하락했습니다. 남들이 동반 상승을 기록하는 동안 오르기는커녕 크게 하락한 것입니다. 한국이나 미국 등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아도 유럽 주요국의 증시는 모두 상승을 기록한 가운데 유독 덴마크만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것이어서 이곳의 부진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북유럽 국가의 증시가 국내 투자자들에겐 낯설겠지만, 사실 이 나라엔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덴마크 주가지수 구성 종목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입니다. 시가총액이 덴마크 국내총생산(GDP)보다 크다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전 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호르몬 치료제를 개발해 생산하는 바이오 기업입니다. 특히 국내엔 먹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위고비의 전 세계적인 인기 덕분에 주가도 폭풍 랠리를 펼쳤습니다.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2019년부터 상승세에 올라탔는데요. 2019년 1월 309크로네(DKK)였던 주가가 2023년 8월 1229크로네까지 4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노보노디스크는 글로벌 기업답게 미국 뉴욕증시에도 ADR이 종목 기호 NVO로 상장돼 있는데요. 이 주식의 상승률은 더 높습니다. 미국에선 2024년 6월까지 급등세가 지속돼 2018년 말 20.17달러에서 2023년 6월 138.39달러로 거의 7배나 뛰었습니다. 미국 달러 대비 덴마크 크로네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된 것입니다. 
 
그러나 경쟁사인 일라이릴리가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마운자로로 시장을 공략, 지난해 하반기 결국 위고비 점유율을 역전했습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의 성장은 둔화해 치솟았던 주가도 밸류에이션 하향 조정과 함께 고꾸라졌습니다. 결국 2023년 9월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전체 덴마크 증시를 끌어내린 것입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시총 규모가 2위 기업 노르디아뱅크(Nordea Bank)의 4배에 달해 코스피의 삼성전자보다 지수 영향력이 훨씬 더 큽니다. 노보노디스크를 제외하면 그 뒤를 잇는 노르디아뱅크나 화물운송업체 DSV, 단스케뱅크(Danske Bank), 글로벌 해운사 A.P.뮐러 머스크 등은 모두 지난 한 해 주가가 올랐습니다. 노보노디스크의 부진이 덴마크 증시의 2025년을 마이너스로 기록하게 만든 셈입니다.
 
사우디 유가 약세에 흔들
 
(그래프=뉴스토마토)
덴마크 증시가 노보노디스크 한 기업의 부진에 하락했다면 사우디 주가 하락은 유가 약세에 기인합니다. 사우디 증시에서 가장 큰 기업이자 전 세계 1위 정유업체 아람코(Aramco)가 유가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미 관세정책도 사우디에겐 악재였습니다. 
 
사우디 타다왈지수(Tadawul)는 지난해 1만2036.50에서 1만490.69로 12.84% 하락했습니다. 아람코 주가는 28.05리얄에서 23.85리얄로 14.97% 떨어졌습니다. 유가가 좋을 때는 전 세계 증시를 통틀어 시총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초거대 공룡기업이니까 그나마 다른 종목들이 버텨준 결과 지수 낙폭을 조금 줄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5% 가까이 하락한 지금의 시총도 5조7040억리얄, 1조5200억달러에 달하니까 아람코만 반등한다면, 즉 유가가 회복한다면 사우디 증시는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올해 유가 전망도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아 사우디 증시 전망도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태국 SET 지수도 지난해 1400.21에서 1259.67로 10.03% 하락해 주변 동남아 국가들이 강세를 보인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태국 경제는 시총 1위 델타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해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불안한 정치 환경이 경제에 악영향을 줍니다. 
 
지난해 태국, 캄보디아 총리들의 통화 내용이 알려져 태국 총리가 사임한 후 양국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등 불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국 불안에 바트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태국 경제의 한 축인 관광객이 10%나 감소했습니다. 
 
이 같은 불안이 계속되는 한 태국의 주가 반등도 기대하긴 어려울 텐데요. 일단 다음달로 예정된 조기 총선이 안정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먹는 위고비, 시장 되찾을까
 
각국의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지난해 부진했던 국가들 중에서는 덴마크를 관심 후보에 올릴 만합니다. 올해 유가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태국의 정국도 안정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덴마크는 기대할 구석이 있습니다. 
 
최근 노보노디스크가 미국에서 먹는 알약 형태의 위고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주사제 치료제로 경쟁을 벌여 마운자로가 승기를 잡았는데요. 노보노디스크가 먼저 알약 시장에 뛰어든 겁니다. 일라이릴리가 여기에 대응해 어떻게 경쟁을 펼칠지가 중요합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11월과 12월 바닥을 다지고 연초부터 반등하려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덴마크 증시에 상장된 주식은 HTS 등으로 매매할 순 없지만 증권사에 전화 주문을 넣을 수는 있습니다. 번거롭게 덴마크 증시에서 거래할 필요 없이 미국에 상장된 NVO를 매매해도 괜찮습니다. 
 
노보노디스크의 비중이 크다고 해도 덴마크 전체 주식시장 투자를 택하겠다면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면 됩니다. iShare MSCI Denmark ETF(EDEN)가 덴마크 주요 종목들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풍력터빈 업체 베스타스윈드시스템, 암 항체 치료제 바이오 기업 젠맙(Genmab)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젠맙은 미국에도 종목명 GMAB으로 상장돼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덴마크 OMX 코펜하겐지수는 하락했지만 MSCI 덴마크 IMI 25/50지수를 추종하는 이 ETF는 소폭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이 지수가 시총을 그대로 복제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점과 환율 등이 지수와 주가의 성과를 가른 것으로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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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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