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이 국내외 노동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화이트칼라’ 일자리 축소·감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피지컬 AI 기술 발전을 등에 업은 로봇산업의 발달로 ‘블루칼라’의 영역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산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 같은 AI발 인력 구조조정의 변화는 먼저 채용을 중단한 후 인력 재배치 및 감축 형태로 이어지면서, AI와 인간의 협업 필요성과 함께 로봇세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 이동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 빅테크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들이 AI발 인력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대다수의 국내외 기업이 올해 신규 채용 감축 기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인데,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하에 AI로 대체 가능한 분야의 채용을 잠근 뒤 감축·전환 배치 등으로 인력 규모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 2023년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의 발언 이후 뚜렷해졌습니다. 당시 크리슈나 CEO는 “향후 5년 내에 고객 응대나 인사 등 백오피스 부서 업무의 약 30%를 AI와 자동화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후 IBM은 AI 전환 가속화에 따른 채용 중단 및 감축 기조를 펼쳐왔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미 빅테크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이후 각 기업들은 인력 채용을 줄이고 그 여력을 AI 인프라 확보에 집중하는 양상입니다.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등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행한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자 취업자 수 및 직무 변화’ 보고서를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 신입 채용 공고는 지난 2022년 53.5%에서 2024년 37.4%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보고서는 “경력직 대비 신입직 채용 공고가 더 많이 줄었다는 점은 경기 요인뿐 아니라 생성형 AI의 확산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습니다. 한국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일자리 중 절반 이상(51%)이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그 중 27%는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그룹으로 꼽힙니다.
제조업 분야도 ‘노동의 종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CES에서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분야인 로봇산업이 혁신을 주도하면서 노동시장의 근원적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단순노동 업무에 자동화 로봇 도입이 가시화 된 것으로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현대자동차는 2028년부터 로봇들을 공장에 실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와 로봇 등 기술 발전으로 인해 초·중급 사무직 관리자와 육체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일부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적이고 창의적으로 고급 판단을 하는 최고경영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일자리들이 AI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소득 양극화와 일자리 소멸을 막기 위해 AI와 인간이 협업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며 “AI로 인한 소득 문제를 사회적으로 보전하는, 기본소득 형태의 로봇세 같은 사회안전망 구축도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