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풍향계로 꼽히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의 수혜를 정면에서 받은 것입니다. 향후 관건은 미국 공장 증설로, 설비투자 증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TSMC의 고마진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대만 TSMC 팹 내부 모습. (사진=TSMC)
15일 TSMC는 실적 발표를 통해 작년 4분기 순이익은 5057억 대만달러(한화 약 23조5403억)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745억대만달러)보다 35% 증가한 규모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애널리스트 20명의 전망을 분석해 제시한 4784억 대만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결과입니다. 순익만 놓고 보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3분기(4523억대만달러)보다도 11% 많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5% 뛴 1조460억대만달러로, 8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호실적 배경에는 AI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한 아이폰17 시리즈용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 생산과 2나노미터 공정 양산 성과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TSMC가 엔비디아와 AMD 등의 칩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데다, 애플의 A19 칩을 탑재한 아이폰17 시리즈로 3나노미터 생산 설비가 완전 가동된 까닭입니다.
실제 응용처별로 봐도 스마트폰 비중이 컸습니다. 작년 4분기 스마트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 증가했으며 고성능 컴퓨팅(HPC)과 사물인터넷(IoT) 분야는 각각 4%, 3% 올랐습니다. 반면 오토모티브 분야는 1%, 생활가전(DCE) 분야는 22% 감소했습니다. 공정별로 보면 3나노미터 출하량이 전체 웨이퍼 매출의 28%를 차지했으며 5나노미터는 35%, 7나노미터는 14%를 기록했습니다.
TSMC의 호실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엔비디아·애플·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주문이 몰리며 이미 1년치 생산 물량이 조기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고 AI를 중심으로 산업 지형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투자 압박입니다. TSMC의 가격 인상과 생산능력(캐파) 과부하 현상으로 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업체로 빅테크의 수주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공장 증설과 비용 증가라는 과제에 직면한 까닭입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대만산 수출품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TSMC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무역 협상을 추진 중인 상황입니다. 협상이 타결되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로 증설하는 등 운영 구조를 기존 대만 중심에서 ‘대만·미국 양축 체제’로 전환하기 됩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에서 5개 웨이퍼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전체 총이익률은 대만 공장의 평균 수준인 60~62%보다 낮은 약 53%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설비 투자비용뿐만 아니라 미국의 높은 인건비, 물류비용 등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TSMC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올해 매출은 달러화 기준으로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자본 지출(CAPEX)은 520억달러에서 560억달러에 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