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일탈회계 중단 후폭풍…유배당 소송 재점화 조짐

입력 : 2026-01-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삼성생명(032830)의 '일탈회계' 적용이 중단되면서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의 배당금 지급 소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과거 유배당보험 배당금 소송에서 삼성생명 손을 들어줬던 법원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생명이 오는 3월 발표할 2025년도 사업보고서에서 유배당 보험계약에 대한 회계 처리를 어떻게 할지가 소송의 시작을 알리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오는 3월 집단소송 여부 결정"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유배당보험 회계 처리를 변경할 경우 다수 회계사들과 변호사들은 유배당 보험 배당금 지급 소송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3월에 나오는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살펴보고 집단소송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약 삼성생명이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단순 자본으로 계상하고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의사도 밝히지 않으면 소송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런 경우엔 위법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광중 변호사는 금융투자자를 대리해 분식회계나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자 손해배상소송을 다루는 집단소송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한국회계기준원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생명이 일탈회계를 통해 유배당 계약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국제회계기준을 위반한 동시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지의 이점을 얻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삼성생명이 일탈회계를 중단하고 오는 3월 나오는 2025년 결산분 사업보고서 등에 적용토록 했습니다.
 
일탈회계는 국제회계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재무제표 이용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회계 처리 방식입니다. 지난 2022년 IFRS17 도입 당시 금감원이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추정 금액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처리하도록 허용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탈회계 유지로 인해 제기되는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탈회계를 계속 적용할 경우 한국을 IFRS 전면 도입 국가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일부 의견 등을 고려해 적용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은 삼성생명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0년 삼성생명과 유배당보험계약자 소송 당시 삼성생명이 미실현 이익(계약자지분조정)에 대해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려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인정한 것입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아 실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당 의무가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험은 회계상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을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삼성생명이 향후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자본'으로 분류할 경우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의 자금이 삼성생명 자본으로 공식 편입됩니다. 결과적으로 삼성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재원으로 묶이게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유배당보험은 관련 자산을 매각하면 그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당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해당 자금을 자본으로 분류하는 순간 '자산을 매각해 배당하겠다'는 계약 자체를 막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팔면 배당한다'는 전제 조건을 삼성생명이 스스로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민법상 '계약 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일탈회계 중단은 단순 회계상 변동이 아니라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이 다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과거 판결했던 사례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자본으로 처리하는 순간 민법상 계약 방해로 해석할 수 있다"며 "삼성생명도 최대한 대책을 구상 중일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9월 보험사 CEO-금감원장 간담회에서 삼성생명 회계 논란과 관련해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금감원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이 원장이 지난해 9월 보험사 CEO-금감원장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내달 발표 사업보고서 분수령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논란이 촉발된 계기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005930)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문제 때문입니다.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의 보험료로 삼성전자 주식 약 5440억원어치를 매입한 바 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해당 지분의 가치는 2024년 말 기준 10조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14만원대로 올라선 점을 감안하면 가치는 수십조 원 이상 추가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전제로 유배당보험 자산을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회계 처리해왔습니다. 실제로도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상승했고,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 했습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주식 425만주를 매각하면서 일탈회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계약자지분조정은 '주식 매각을 통해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하지만 밸류업에 따른 주식 매각으로 차익이 발생하면서 기본 전제 자체가 흔들리게 됐습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해 6월부터 이를 근거로 삼성생명의 일탈회계에 대해 문제를 삼았고 결국 정상화 수순을 밟았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과거 허용했던 정책을 철회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나라인 만큼 회계 투명성을 중시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조치로 회계 자리만 바뀌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리가 바뀌는 것 자체가 엄청 큰 변화"라면서 "삼성생명이 이번 사업보고서에 어떻게 회계 처리하는지가 제일 큰 쟁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생명 본사 입구에 위치한 간판. (사진=삼성생명)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유영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