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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주택담보대출이 은행권의 대표적 효자 상품에서 어느새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단순한 대출 규모 조정이 아닌, 수익 구조 전반을 해체하고 다시 짜야 하는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포트폴리오 변화의 흐름을 짚고,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전환 비용과 구조적 한계를 들여다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을 축소하면서 핵심 수익 기반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주담대는 은행의 대표적인 우량 상품으로 장기간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창출해왔지만, 규제 강화로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서 대출채권 수익이 감소하는 흐름이다. 여기에 자산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대손비용과 제반 운영비용 증가까지 겹치며 단기적인 경영지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대 시중은행(사진=각 사)
이자수익 늘지만 대출채권 비중 줄어
27일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이자순수익은 8조1814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7431억원) 대비 증가했다. 다만 이는 대출채권 이자수익 증가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대출채권 이자수익 합계는 14조9994억원으로, 직전 분기(15조2875억원)보다 감소했다. 단일 분기 기준으로 대출채권 이자수익이 줄어든 것은 약 15개월 만이다. 대출채권 이자수익은 2022년 4분기 이후 줄곧 분기당 15조~16조원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3분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대출채권 이자수익이 줄어든 탓에 전체 이자수익도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4대 시중은행의 이자수익 합계는 17조8034억원이다. 2023년 이후 4대 시중은행 총 이자수익은 19조원을 넘겼으나, 지난해 6월 말까지 18조원대를 유지하다 3분기에는 17조원대로 하락했다. 3분기까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증가했음에도 대출채권 이자수익이 줄어든 것을 감안할때, 4분기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담대 감소에 따른 대손 비용 변화도 경계하고 있다. 은행의 실적 개선에는 대손비용률도 영향을 미친다. 은행 입장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적인 대출 상품 중 하나다. 대출을 내어준 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처분할 수 있는 담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담보인정비율도 비교적 낮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원금 이하로 하락할 위험성은 적다.
은행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금융 등 대비 신용도가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행돼 은행 입장에서 회수가 어렵지 않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대출 실행 기간도 길어 은행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이 된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우량상품이다.
지난해 9월 말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7%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인 0.39%대비 0.12%p 낮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같은 기간 0.61%, 중소기업 연체율도 0.75%인 데 비하면 차이가 크다.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도 올해 들어 15%에서 20%로 상향된다. 자본비율에 영향이 가지 않는 수준으로 대출을 실행해야 하기에 주담대 여력은 줄어 들게 된다. 은행권은 주담대 여력이 축소되면서 올해 전체 은행권에 걸쳐 약 27조원 규모의 신규 공급액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이 주담대를 줄이는 기조를 지속한다면 30년이상 유지되던 이자수익처도 점차 감소한다는 의미다. 은행권의 신규 주담대가 감소하면서 안정적 수익은 줄어드는 반면, 기업 대출 등이 늘어난다. 기업 융자 등으로 자산 리밸런싱을 진행하게 되는데, 주담대 대비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책정되거나 대손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생산적 금융 전환…비용 부담 현실화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른 부담은 수익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조직 개편과 영업 방식 전환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가장 먼저 생산적금융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영업방식 변화와 AI 활용을 늘리고 생산적 금융을 통해 우량 기업을 유치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과 자산관리(WM) 부문 특화채널 고도화를 추진하고, 기업 특화채널인 비즈프라임센터을 새로 열고, 비즈어드바이저센터 전문성도 높일 계획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실행력 제고를 위해 생산적 투자본부 등을 설치하면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비이자수익 중 하나인 퇴직연금과 외환, 트레이딩 등 핵심사업 부문 조직도 확대했다.
국민은행도 조직을 손봤다. 생산적 금융 지원 조직인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여신 관리과 심사 조직을 재편했다.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신한은행도 여신그룹 내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했다. 제도 신설과 운영, 리스크 관리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부서를 별도로 만들었다.
은행권이 전문조직을 출범시키고 대대적인 조직개편까지 단행한 것은 기업 여신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기업 여신이 주택담보대출 자리를 메울 예정인 만큼, 각 사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단순히 안정성이나 건전성뿐만 아니라 조직개편, 상품 개발, 위험관리 등에 수반되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이 역시 비용으로 은행에 단기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용 증가는 은행 주요 경영지표 중 하나인 이익경비율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4대 시중은행의 이익경비율은 국민은행 41.58%, 신한은행 41.95%, 우리은행 47.51%, 하나은행 39%다. 이익경비율은 수익 대비 비용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를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보여준다. 낮을수록 기업 생산성과 경영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전부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준비해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투자한다"라며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은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