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신다인 기자] 법원이 28일 김건희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 등 1심에서 통일교 청탁 의혹 일부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의혹은 모두 무죄로 판결이 났습니다. 김건희특검의 미흡한 수사와 법원의 보수적 판결로 이른바 'V0' 김씨가 중형을 피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8개월과 추징금 1281만5000원을 선고했습니다. 김건희특검이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에 한참 못미치는 형량이 나온 겁니다.
도이치 의혹 '무죄'…재판부 "범행 인식 있으나 공범 증거 부족"
재판부는 특검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우선 가장 구형량이 많았던 혐의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김씨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씨에게 범행 인식이 있었다'면서도, 공범으로까지는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유죄 증거가 부족한 이유로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일관성 결여 △공동정범에 대한 증명 부족 △시세조종 세력이 김씨를 공동정범으로 삼아 범행을 공유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꼽았습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시세조종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를 방조범으로 처벌할 여지를 남기면서도 "이 사건에서 방조 성립 여부는 (특검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공방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방조의 성립 여부에 관해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김씨의 주가조작 혐의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 뒤 서울고검과 특검의 재수사를 통해 기소된 만큼 유죄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 무죄가 나왔습니다. 이에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특검이 예비적 기소로 방조를 추가하지 않아 재판부가 판단할 수 없었다"며 "법원도 김씨가 얻은 범죄이익을 언급하지 않고 공범과 방조범 판단을 보수적으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씨 부부가 지난해 4월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나서며 지지자들에 인사하는 모습. 왼쪽부터 윤씨와 김건희씨. (사진=공동취재)
명태균 게이트도 '무죄'…"명씨 진술, 과장 섞여서 믿기 어려워"
재판부는 김씨의 명태균 게이트 의혹에 관해서도 전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씨는 2021년 6월~2022년 3월 윤씨와 공모해 명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습니다. 특검은 윤씨 부부가 그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공천에 개입했다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명씨가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게 아니다"며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여러 사람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윤씨 부부가 여론조사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명씨가 강혜경씨 등에게 '공천은 김 여사 선물'이라고 이야기한 걸로 보인다"면서도 "그런데 만약 김씨가 김 전 의원 공천을 확언했다면 명씨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윤상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 피고인 부부 등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공천을 부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명씨 진술 자체를 믿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명씨는 '빵선 국회의원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고, 빵선 대통령 윤석열도 당선시켰으며, 10년 백수인 오세훈도 서울시장 만들었다'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면서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은 피고인의 선물'이라는 명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검의 주요한 증거가 명씨 진술이었는데 법원이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건 새로운 관점"이라면서도 "다만 법원도 대통령 당선인이 한 '도와주겠다'라는 말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판단했다.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은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통일교 의혹만 '일부 유죄'…특검 "납득 불가, 즉각 항소할 것"
재판부는 통일교 청탁 의혹(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서도 샤넬백 1개와 그라프 목걸이 수수만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씨가 국제연합(UN) 제5사무국 유치 등 통일교 측 청탁을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알선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최초로 받은 샤넬백에 대해선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양형 사유에서 "김씨는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김씨는 청탁과 결부돼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 이를 가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씨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선고에 대해선 특검의 미흡한 수사와 법원의 보수적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특검이 처음부터 윤씨와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뇌물죄가 아닌 알선수재로 기소하지 않았느냐"며 "특검이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처음 수사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정교유착 검·경 합동수사본부장) 역시 선고 직후 검찰 내부망을 통해 "(1심 선고는) 부당한 판결"이라며 "권오수 등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걸로 인정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김건희특검은 선고 직후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특검은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공동정범 관련 판단, 정치자금 기부 관련 판단, 청탁 관련 판단 등은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유죄부분에 대한 법원의 양형판단도 사안에 비추어 매우 미흡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김씨는 선고 직후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의 엄중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