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이상징후 중심에 '온플법'…속내는 '비관세' 압박

의회 지침→USTR 대응 착수…'301조 카드'도 현실화 수순
중간선거·연방대법원 선고 앞…흔들리는 '타코 트럼프' 공식

입력 : 2026-01-28 오후 6:16:5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꺼낸 메시지는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술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경고'였습니다. 앞서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제1수신자로 보낸 서한에 이어 같은 요구를 직접 전한 것입니다. "서한과 관세는 전혀 관련 없다"는 정부 해명과 달리 한·미 갈등은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을 둘러싼 충돌 국면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 기술기업' 직접 거론한 밴스…한국 온플법 '정조준'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쿠팡 같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해 한국 정부의 처우에서 '의미 있는 완화'(meaningful de-escalation)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WSJ>은 최근 논의에서 쿠팡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전했습니다. 메타와 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이 문제 삼는 플랫폼과 인공지능(AI) 관련 규제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이 같은 기류는 지난해 체결된 한·미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와도 맞물립니다. 해당 합의에는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99조원)를 투자하는 내용과 함께, 미국 기술기업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담겼습니다. 
 
정부는 오는 3월 국회 심사 예정인 온플법이 '비차별 원칙'이라고 설명하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규제 대상과 적용 방식이 사실상 자국 플랫폼 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온플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불공정 행위를 제한하는 구조인데, 그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이 쿠팡과 구글·메타 등 미국 기술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 측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 국회 통과와 인공지능(AI) 기본법 논의 등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전반이 자국 기업의 사업 활동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런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나온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아이오와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알고도 대응 못한 '미국 반발'…USTR은 공식절차 '착수'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엄벌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데다, 쿠팡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온플법 제정에 힘을 실렸다는 점입니다. 한·미 간 협의가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당분간 양국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각) 공개된 '2026 회계연도 상무·법무·과학(CJS) 통합 세출법안 합동 설명문'에 따르면, 미 상·하원 세출위원회는 지난해 9월12일 하원 세출위가 발간한 보고서(H. Rept. 119-272)의 지침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수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세출위는 한국에서 고려 중인 온라인 플랫폼 법안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온플법이 미국 기술기업을 '표적' 삼아 중국 경쟁사를 유리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세출법안 제정 후 60일 안에 한국 온플법이 미국 기술기업과 외교정책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브리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대화에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지난해 9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의 회담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직 세출위가 제시한 60일 기한이 지나지 않은 만큼, USTR은 의회 보고를 위한 대응 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압박 바로 다음날 철회 여지를 남겼지만, 협상이 교착될 경우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위협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코'(TACO·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는 조롱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번만큼은 관세를 다시 전면에 세울 수 있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은 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더니 그들이 '우리가 하겠다'고 말했다"며 한국을 겨냥한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미국 측이 '대미 투자 지연'을 표면적 명분으로 삼은 만큼, 한국은 일본과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3월 다카이치 총리의 방미와 함께 투자 패키지 발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한국은 디지털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며 미국의 압박이 집중되는 수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당일 원홧값은 5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수위에 따라 환율 불안은 단기 충격을 넘어 장기화할 수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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