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5%에서 25%로 되돌리는 방안을 연방 관보에 게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대차그룹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관세 인하로 숨통이 트인 지 석 달 만에 ‘재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현대차·기아는 고율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와 수익성 방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기아 본사 모습. (사진=현대차)
4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원상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국의 잇단 고위급이 방미 협상으로 설득에 나섰지만, 미국은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더라도 투자 프로젝트 이행 속도가 늦을 경우 관세를 ‘재인상’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한미 협상으로 관세율이 15%로 낮아진 조치의 지속성에도 물음표가 붙는 상황입니다.
15%로 낮아진 관세를 지난해 말부터 소급 적용받아온 현대차·기아는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월1일자로 관세율 15%를 소급 적용받았지만, 미국 판매 법인이 보유한 기존 재고 물량 탓에 실제로는 11월 말 이후에야 온전한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가 다시 25%로 오를 경우 부담은 급격히 커질 전망입니다. 하나증권은 관세율이 25%로 복귀하면 현대차·기아의 연간 관세 비용이 15% 적용 시(약 6조5000억원)보다 4조3000억원 늘어난 1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25% 관세 적용 시 연간 8조4000억원 수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올해 글로벌 주요 시장의 성장 둔화와 신흥국 경쟁 심화,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경영 환경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관세율이 다시 올라갈 경우 추가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영업이익률 방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2~3분기에만 관세로 약 4조6000억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재 약 70만대 수준인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중장기적으로 120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국내 생산 물량이 줄고 산업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만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1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12만5296대로 집계됐습니다. 현대차는 6만794대를 팔아 2.4% 늘었고, 제네시스는 5170대로 6.6% 증가했습니다. ‘펠리세이드’와 ‘코나’ 등 SUV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기아 역시 6만4502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1% 성장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5.7% 급증한 2만7489대를 기록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 이후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전기차 판매는 4471대로 33.7% 감소했습니다.
관세 재인상 가능성이라는 변수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판매 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늘어나는 비용 부담을 어떻게 흡수할지가 올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25%로 재인상되면 투자·생산 등 올해 경영 계획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재인상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