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안이 본격화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게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거래시간 확대에 더해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ETF 시장 진입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운용사들이 인력·전산·책임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게 됐습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이번 거래시간 연장안에는 ETF도 거래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문제는 ETF가 개별 주식과 달리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공, 기준가격(iNAV) 산출, 설정·환매 결제, 공시·보고 의무가 동시에 맞물리는 복합 상품이라는 점입니다.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운용역뿐 아니라 증권사 LP, 펀드 회계, 사무수탁사, 예탁결제원, 수탁은행 등 ETF 생태계 전반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인력과 시스템으로 연장 거래 시간대까지 정규장과 동일한 수준의 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규장 기준으로 설계된 ETF를 연장 거래 시간대까지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규정과 시스템, 인력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며 "지금 여건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프리마켓이나 애프터마켓은 정규장과는 다른 시장으로 봐야 한다"며 "비정규장에서 정규장과 같은 거래 품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결국 거래는 유동성이 풍부한 소수의 대형 ETF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거래소가 연장 거래 시간대에 ETF LP 참여를 의무화하지 않고 선택 사항으로 두겠다고 밝혔지만 되려 운용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LP 참여가 줄어들 경우 호가 공백으로 인해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괴리율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LP가 없는 상태에서 ETF 거래를 허용하면 합리적인 가격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가격 괴리나 변동성이 커질 경우 투자자 민원과 실무 대응 부담은 결국 운용사 몫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용업계는 거래시간 연장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부족에 대한 아쉬움도 큽니다. ETF 운용의 핵심 주체인 자산운용사들이 거래시간 연장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것입니다. 거래소는 회원사인 증권사를 중심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운용사들은 사전에 의견을 개진할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이 없었다고 전합니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설명회를 하겠다는 말은 들었지만 날짜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며 "ETF를 연장 거래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운용사 의견을 먼저 묻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도 올 하반기 ETF 거래 개시를 목표로 준비에 나서면서 운용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는 오는 1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ETF 시장 개설 및 운영 방안 설명회'를 열고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시장 구조와 LP 제도 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번 변화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제도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현장의 당혹감이 크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 ETF 운용 실무 관계자는 "거래소 연장안은 거래 시간이 늘어나는 문제이고, ATS는 시장이 추가되는 문제"라며 "두 가지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운용사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시장을 먼저 열어놓고 '식탁은 차려놨으니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말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겉으로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빠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게 가장 부담스럽다"고 표현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