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이 부른 혼선…자사주 소각 상법, 공청회로 '출구 찾기'

여야 이견·정부 신중론 겹치며 법사위, 13일 의견 수렴 나서
유예기간·경영권 방어 논의 부상…3월 주총 앞두고 불확실성 확대

입력 : 2026-02-05 오후 4:16:17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공청회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심사 과정에서 내부 이견과 정부·사법부의 신중론이 동시에 제기되자 공청회를 통해 쟁점 정리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공청회 이후 입법 강도와 처리 시점을 둘러싼 조율 결과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됩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입법 일정이 다시 논의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3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합의 여부에 따라 이달 중 처리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법사위 공청회 개최에 여야가 합의한 만큼 공청회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합의 처리를 추진할 것"이라며 "가급적 2월 중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달 말 본회의 상정 가능성도 제됩니다.
 
공청회 개최는 앞선 법안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 간 이견과 여당 내부 조율 미비를 보완하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범위와 예외 적용을 둘러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론 도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공청회 개최로 방향이 정리됐습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큰 방향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적용 범위와 예외를 둘러싼 이견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청회는 속도를 내기 위한 절차라기보다 당정과 여야 간 입장을 다시 맞추는 과정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소위 논의 이후 여당 내부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됐습니다. 민주당 소속 김용민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은 "자사주 처분 절차 신설에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소각 의무화까지 확대하는 데에는 일부 이견이 존재했다"고 밝혔습니다. 처리 시점 역시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할 경우 3월 초가 현실적인 시한이 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습니다.
 
여당의 속도 조절 배경에는 정부와 사법부의 신중한 기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와 대법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존 자사주에 대해서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임박한 정기주주총회 일정과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일괄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식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자사주가 그동안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온 현실을 감안해 소각 의무를 강화하더라도 제도적 보완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현행 회사법 체계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운용되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 의결권, 의무 공개매수제도와 같은 대체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자사주 소각의 적용 시기와 강도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시장의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3월 정기주주총회가 사실상 '마지막 방어선'으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은 정관 변경 등 대응 전략을 검토하고 있고 이를 견제하려는 주주와 의결권 자문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입법 일정의 불확실성이 시장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상법은 방향성보다도 언제, 어떤 조건으로 확정되느냐가 기업과 투자자에게 더 중요하다"며 "논의가 길어질수록 주주총회와 기업 의사결정 현장에 부담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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