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인구 절벽·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어촌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본격화합니다. 가장 심각한 연천, 청양, 곡성, 신안, 남해 등 10곳을 우선 시범지역으로 기본소득 효과를 검증하게 됩니다.
해당 지역에는 '개인당 월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되며 부정수급 등을 우려해 해당 지역 '주 3일 이상' 실거주 인증을 받도록 했습니다. 기대와 우려도 상존합니다. 월 15만원이 근본적인 효과를 일으키기엔 부족한 금액인 데다, 매달 실거주 여부 점검 등 주민 불편, 지방행정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지침'을 지방정부에 확정·통보했다고 밝혔다. (사진=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지침'을 지방정부에 확정·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2월 말부터 기본소득 지급에 나섭니다. 시범사업 대상지는 연천, 정선, 옥천, 청양, 순창·장수, 곡성·신안, 영양, 남해로 소멸위험지수가 전국 최하위권인 곳입니다.
시범사업 기간은 내년까지 2년간입니다. 올해 국비 예산만 약 2조3000억원을 투입합니다. 지급 방식은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입니다. 사용처는 읍·면별 소비 상권의 밀도와 주민 생활 동선을 고려해 설정했습니다. 다만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 월 5만원 사용 한도를 뒀습니다. 이는 지역 내 순환 효과가 낮거나 특정 업종으로 소비가 쏠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월 15만원이라는 지급액의 산정 근거에 대해서는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 병원·행정기관 접근을 위한 이동 비용 등 농촌 주민에게 추가 발생하는 생활비 부담을 종합, 고려했다는 판단입니다. 단, 시범사업인 만큼 향후 효과 분석 결과에 따라 지급액 조정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지방기관 관계자는 "월 15만원이 인구 유입이나 정착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유인책이 될지 의문은 남는다. 재정 여력을 고려한 처사로 볼 수밖에 없는데 추후 농어촌 기본소득 효과 검증에 있어 근본적 해법으로 제시되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투입이 요구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2023년 6월20일 전남 신안군 한 염전에서 염부가 염전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거주 기준도 쟁점 사안입니다. 농식품부는 '주 3일 이상 거주' 요건이 최근 농어촌의 생활 패턴을 반영한 최소 기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중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이나 일정 기간 농어촌에서 생활하는 형태가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다는 겁니다. 실거주 판단은 마을 단위에만 맡기지 않고 읍·면위원회와 군 단위 심의를 거치며 공무원이 참여토록 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이 포함된 마을조사단이 현장을 확인해도 주 3일 거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이나 행정적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남습니다. 매달 실거주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고 이를 확인해야 하는 지자체의 행정 업무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자체 관계자는 "결국 현실적 가능성을 보완, 개선하는 시행 과정이 필요한 대목"이라며 "주민 불편, 행정 부담 여부는 시행해봐야 알겠지만 시범사업인 만큼, 지속가능성의 지원, 개선 보완을 통해 효율적 운영을 찾아가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동윤 농식품부 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은 "소비 내역과 체류 증빙 자료 제출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며 부정수급 적발 시 환수와 함께 최대 지급액의 5배 이내 제재금, 2년간 지급 제한이 적용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시범사업 종료 후 본사업으로 전환·확대할 경우 연간 예산 규모는 약 4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