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양산 출하하며 메모리 왕좌 탈환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HBM4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초도 물량을 선점, 엔비디아 등 고객사 공급망 내 비중을 확대하고 본격적인 시장 선점에 나선 모습입니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뒤쳐졌다’는 그동안의 세평을 뒤로하고 기선 제압에 나서면서 향후 HBM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12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2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산 시점이 앞설수록 엔비디아 등 고객사 공급망의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행보는 시장 우위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시장을 놓고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제품을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표준 규격 제정과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를 적시에 공급하지 못해 지난 2024년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내주며 33년 만에 왕좌에서 내려왔습니다. 지난 2024년 당시 메모리 사업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밀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제품인 HBM4를 출하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양산 및 출하에 성공한 것은, 이른바 ‘왕의 귀환’을 방불케 합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이미 양산 체계를 구축해 설 연휴 이후 엔비디아 레바루빈에 도입될 HBM4를 출하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입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이번 제품의 핵심은 ‘성능 확장’입니다. 삼성전자는 개발 단계부터 국제 반도체 표준 기구(JEDEC)의 기준(8Gbps)을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확보하고 최선단 공정 1c D램(10나노급 6세대)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재설계 없이 수율을 충족시켰습니다.
HBM의 핵심 구성 요소인 D램을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10나노미터 6세대(1c) 공정으로 설계하고,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에는 4나노미터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을 적용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이는 전작 HBM3E의 최대 핀 속도인 9.6Gbps 대비 약 1.22배 향상된 수치인 데다, 최대 13Gbps까지 구현이 가능해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되는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합니다.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은 “삼성전자 HBM4는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하던 전례를 깨고 1c D램 및 Foundry 4나노와 같은 최선단 공정을 적용했다”며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성능 확장을 위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성능 상향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HBM4는 12단 적층 기술을 통해 24GB~36GB의 용량을 제공하며, 고객사의 제품 일정에 맞춰 16단 적층 기술을 적용해 최대 48GB까지 용량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전력 소모와 열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어 다이에 저전력 설계 기술을 적용했으며 단일 스택 기준 최대 대역폭은 3.3TB/s로, 전작인 HBM3E 대비 약 2.7배 향상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올해 HBM 매출이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평택 5라인을 HBM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인프라 투자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올해 하반기에는 성능을 한 단계 더 높인 HBM4E 샘플을 출하하고, 2027년부터는 고객사별 최적화된 커스텀 HBM도 순차적으로 샘플링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측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파운드리 공정과 HBM 설계 간의 긴밀한 DTCO(Design Technology Co-Optimization) 협업을 통해 품질과 수율을 동시에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HBM을 만들 수 있었다”며 “HBM4 양산 과정에서 확보한 1c 공정 기반의 품질과 공급 안정성은 향후 HBM4E과 커스텀 HBM 등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