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재연 기자]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핵심 지표들이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최근 채굴 난이도와 해시레이트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생산 비용이 오히려 시장가격을 웃돌며 채굴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컴퓨팅 파워를 말하는 개념으로, 채굴자들이 암호를 풀기 위해 투입한 연산 능력의 총합을 말합니다. 채굴 난이도는 블록체인에 새 블록을 추가하기 위해 채굴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수학 문제의 복잡도를 의미합니다.
이 같은 주요 지표의 하락이 미국 겨울 폭풍 등 일시적 전력 변수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BTC(비트코인) 가격 약세가 결국 채굴 축소로 이어졌다는 진단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 이미지. (출처=디지털애셋)
12일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블록체인 닷컴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약 141조6000억 수준에서 125조8600억 안팎까지 감소했습니다. 채굴 난이도 하락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활성 채굴 장비의 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로 알려진 피터 토드는 지난 9일 X(옛 트위터)에서 채굴 시장 침체의 영향을 언급하며 “전 세계 해싱 작업(해시레이트)의 약 10%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총생산비 개당 8만4천달러
거시 데이터 플랫폼 매크로마이크로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비트코인 생산 총 비용은 개당 약 8만4305달러(약 1억2246만원)로, 비트코인 현재 가격인 6만7466달러(약 9800만원)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대비 평균 채굴 비용이 비율이 1.20에 달한 것입니다.
매크로마이크로 집계보다는 수치가 낮지만, 비트코인 평균 채굴 원가가 약 6만7704달러(약 9922만원)에 이른다는 또 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X에 “이 수치는 채굴업체 마라홀딩스의 2025년 3분기 공시 자료를 기반으로 역산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생산비가 현재 비트코인 시장가격보다 더 높은 셈입니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 하락과 총 비용 상승의 배경과 관련해 미국 채굴 지역을 덮친 겨울 폭풍과 정전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혹한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일부 채굴업체가 전력망 안정을 위해 자발적으로 채굴량을 줄였다는 설명입니다.
비용 상승 원인, 엇갈린 분석
훌리오 모레노 크립토퀀트 연구책임자도 X에 “미국에 겨울 폭풍이 닥치면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전력망 유지를 위해 채굴 작업을 축소했다”라며 “이로 인해 최근 며칠간 일일 비트코인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국내의 한 투자전략매니저는 채굴 난이도 및 해시레이트 하락의 원인을 ‘비트코인 가격’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그는 가격 하락이 해시레이트 조정보다 먼저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는데요. 그는 <디지털애셋>에 “지난 1월 해시레이트가 높았던 시기에도 이미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 추세였다”며 “따라서 가격 하락이 가동 축소를 유발했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력 계약 구조를 고려하면 기온 변화가 즉각적인 비용 급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채굴업체들은 대부분 장기 단위로 전력을 확보한다"며 "이를 한파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비트코인이 급락하며 1억원 대가 깨진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시레이트 위축의 또 다른 배경 중 하나로 미국 외 채굴 거점 국가들의 규제 강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무허가 채굴 문제에 대응해 벌금과 강제노동, 징역형까지 포함한 형사처벌 방침을 예고했습니다. 앞서 중국 역시 전력 공급 제한과 설비 단속을 통해 채굴 활동을 강하게 억제한 바 있습니다. 대규모 설비투자 산업 특성상 규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수익성이 낮은 사업자부터 가동을 멈추게 되고, 이는 해시레이트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거시 약세와 동조화 현상도
한편, 채굴의 핵심 변수인 비트코인의 향후 가격 전망과 관련해서는 “이젠 독립 변수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조동현 언디파인드랩스 대표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뉴욕 증시 조정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 같은 거시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다른 국내의 한 전문가도 “주식과 금을 포함한 전반적인 자산시장이 약세 구간에 있다”며 “비트코인 역시 자본시장 흐름 속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거시경제와 비트코인의 동조화 현상에 주목하는 이들 역시 최근의 해시레이트와 채굴 난이도 하락을 단순한 기상 요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거시 경제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데요. 이번 조정이 일시적 충격에 그칠지, 아니면 채굴 시장 전반의 구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가 될지는 향후 비트코인 가격 흐름이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채굴 시장 구조 변화와 관련해서는 채굴 기업들의 전략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미 채굴 기업 비트팜(Bitfarms)은 최근 성명에서 “우리는 더 이상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아니다”라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역시 대규모 전력과 냉각 설비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채굴 인프라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내 전문가는 “최근에는 채굴 인프라를 활용해 AI 클라우드나 고성능 컴퓨팅(HPC) 영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전력·부지·냉각 설비 측면에서 두 산업이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짚었습니다.
AI로 무게중심 이동…보안 우려도
한편, 해시레이트 둔화와 채굴 채산성 저하가 장기화될 경우 네트워크 보안에 투입되는 경제적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제임슨 롭 비트코인 인프라 전문가는 오래전부터 “채굴자 수익이 곧 비트코인의 보안 예산을 구성한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채굴 보상이 줄어들면 네트워크를 지키는 데 투입되는 자원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입니다. 린 알덴 거시 전략가 역시 최근 연구와 기고를 통해 “높은 해시레이트가 공격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하며, “(채굴 관련) 시장 환경 변화가 이 균형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과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비트코인 채굴이 수익 사업이긴 하지만, 그 성격을 보면 네트워크 보안 유지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보안이 해시레이트 조정과 채굴 비용 구조, 시장가격,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경제적 유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digitalasset.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