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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20일 10: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의 코프로모션은 그간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력에 국내 제약사의 촘촘한 영업망을 더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경쟁 구도에 있던 국내 제약사들 간 협력 사례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들은 경쟁을 잠시 내려두고 손을 맞잡았을까. <IB토마토>는 국내 제약사들이 협력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도출되는 공동 성장 전략을 분석한다. 더 나아가 국내 제약사 간 협력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협력 모델까지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서 코프로모션이 신약 상업화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약 개발 역량이 뛰어난 기업과 영업망을 확보한 제약사가 협력하는 방식부터,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가 서로의 품목을 교차 판매하는 방식 등으로 신약의 시장 안착 속도를 끌어올리고 점유율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다만 협력 종료 이후 매출 공백이나 국내 제약 산업 내 경쟁구도 재편 가능성 등 구조적 한계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사진=보령 홈페이지)
숫자로 보는 코프로모션의 이점…매출과 점유율 증가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간 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LG화학(051910)(당시 LG생명과학)이 2012년 출시한 국내 최초 당뇨신약 '제미글로'가 꼽힌다. DPP-4 억제제 계열 치료제인 제미글로 제품군 매출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2013년 57억원, 2024년 150억원, 2015년 255억원 등 출시 이후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했으며, 국내 DPP-4 계열 당뇨병 치료제 시장 내 점유율은 2015년 6.4% 수준이었다.
그러다 회사는 2016년 1월
대웅제약(069620)과 제미글로 공동 프로모션 계약 체결, 당뇨 질환 분야 선두 업체와 공동 판매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영업력을 확대했다. 이후 제미글로 제품군 매출은 20216년 54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4% 급증했고, 시장점유율도 12.9%로 집계되며 10%대에 진입했다. 이어서 제미글로 제품군 연매출은 2019년 1017억원을 기록, 국내 신약 중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시장점유율은 20년 20.3%를 기록하며 20%대로 올라섰다.
양사는 오는 2030년까지 제미글로 제품군 공동 프로모션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뒤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4년 기준 연매출은 1530억원, 시장점유율은 23.4%에 달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합산 원외처방액은 1조 659만원, 출시 후 연평균 성장률은 35%로 집계된다.
이 같은 사례는 연구개발과 영업의 분업 구조가 신약의 조기 시장 침투율을 높인 케이스로 평가된다. 2020년 계약 연장 당시 대웅제약 측은 "LG화학은 제미글로 출시 이후에도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오며 우수한 혈당강하효과와 안전성, 편의성 등 임상 데이터를 지속 확보했으며, 대웅제약은 차별화된 검증 4단계 마케팅 전략과 우수한 영업력을 기반으로 LG화학의 마케팅 및 영업 역량과 시너지를 내며 시장 확대를 이뤄냈다"고 밝힌 바 있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2023년 12월 체결된
HK이노엔(195940)과
보령(003850)의 협력 계약이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양사는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과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를 공동판매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상호 확장했다.
협력 계약 체결 이후 보령의 매출은 2024년 1조 17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8596억원 대비 1575억원(18.32%) 증가했다. 연매출 1조 돌파의 일등공신은 같은 기간 1323억원 증가한 '스페셜티케어(SC, 급성질환 및 원내의약품 등)' 질환군 제상품의 매출이다. SC 질환군 주요 품목에 케이캡이 포함되며 전체 외형성장을 견인했다.
SC 질환군 매출은 2024년 3040억원으로 전년 1717억원 대비 77.05% 늘었고, 세부적으로는 케이캡이 포함된 기타 부문 매출이 670억원에서 212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2025년 3분기 누적 SC 질환군 전체 매출은 2603억원, 이 가운데 기타 부문 매출은 1879억원으로 집계된다.
HK이노엔 역시 계약 체결 이듬해인 2024년 매출액이 8971억원으로 전년 대비 682억원(8.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전문의약품 사업부문 매출이 8047억원으로 전년 대비 697억원(9.5%) 증가하며 전체 외형성장을 견인했으며, 주요 품목으로는 케이캡 매출액이 6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캐이캡 내수 매출이 2023년 1140억원에서 1607억원으로 25.53% 늘었다.
협력 종료 후 매출 공백 우려…과점적 협력 구조 고착화 우려도
그러나 코프로모션은 협력 종료 이후 리스크가 부각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보령에 앞서 2019년부터 HK이노엔과 케이캡 공동판매를 진행해온
종근당(185750)은 2023년 말 계약 종료 이후 매출 감소를 겪은 바 있다. 2023년 종근당의 케이캡 매출은 1375억원으로 계약 종료로 인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 공백이 우려되기도 했다. 또한 케이캡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로, 개별 품목의 매출 비중 가운데 가장 큰 수치였다.
실제로 이듬해 계약 해지의 여파가 바로 드러났다. 종근당의 2024년 1분기 의약품 등 제상품 매출은 3615억원으로, 전년 동기 3652억원 대비 1.01% 감소하기 시작했고, 2024년 전체 매출은 1조 5864억원으로 전년 1조 6694억원 대비 830억원(4.97%)이 줄었다. 공동판매 품목이었던 케이캡이 주요 매출원으로써 역할을 해온 만큼 계약 종료와 동시에 매출 공백이 발생한 것. 코프로모션 품목 의존도가 높을수록 협력 종료 시 매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종근당은 발 빠르게 새로운 품목을 도입함으로써 케이캡의 실적 공백을 메웠다. 2024년 1월
셀트리온제약(068760)과 '고덱스', 5월엔 대웅제약과 '펙수클루' 공동판매 및 유통계약을 체결했으며, 신규 도입 품목 매출이 반영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실적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265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 1711억원 대비 8.07% 증가했으며, 계약 해지 이전인 2023년 3분기 누적 1조 1648억원과 비교해도 8.65% 늘어난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에 코프로모션이 단기적으로는 신약의 시장 안착을 돕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업 조직 규모를 중심으로 한 과점적 협력 구조를 고착화시키며 국내 제약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자사 파이프라인 육성이 다소 지연되거나, 영업조직을 외부 품목 중심으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단기 매출 확대를 위해 공동 판매에 의존할 경우 독자적인 신약 판매 역량의 축적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코프로모션 전략이 단순한 판매 협력을 넘어 대형 영업조직을 보유한 상위 제약사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상위사 중심의 시장 재편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에서는 병·의원 대상 영업조직 규모와 유통 네트워크 확보 여부가 시장 점유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기업간 협력과 전략적 제휴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기업들이 유통 및 판매 단계에서 경쟁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소 제약사의 시장 진입 장벽이 점차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