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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25일 18: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이 딥테크·신성장 분야 투자를 통해 기업공개(IPO) 엑시트(투자회수)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피투자 기업의 공시 의무 위반이 상장 지연의 주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공시 경험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이 과거 유상증자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자금을 조달했다가, IPO 준비 단계에서 위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공시 위반에 대해 엄격한 심사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업과 VC 모두의 사후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비상장사 공시 위반, 상장사의 두 배···IPO 실사 과정서 주로 적발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기업은 총 88개사, 위반 건수는 143건에 달했다. 이 중 비상장법인은 57개사(64.8%)로 상장법인 31개사(35.2%) 대비 2배가량 많았다. 비상장사의 공시 위반은 대부분 IPO 준비 과정에서 실시되는 실사 단계에서 확인된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상장을 앞둔 기업이 과거 공시 위반 이력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심사 과정에서 보완 요구나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 IPO 전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시 위반 유형은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증권(주식·사채권)을 신규 발행하거나 이미 발행된 증권을 매도한 상황에서 증권신고서 미제출 ▲모집·매출 실적이 있는 법인이 50인 미만에게 증권 발행하고 전매제한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신고서 미제출 ▲모집·매출 실적이 있는 법인이 정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상황에서 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공시 경험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들이 법적 의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비상장사의 공시 위반이 발생하는 현상을 현실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적지 않은 비상장사들이 과징금을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강화되는 제재, VC 엑시트 리스크로
문제는 공시 위반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뚜렷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시 위반 조치 중 과징금, 증권발행제한, 과태료 등 '중조치'는 79건(55.2%)으로 경고·주의 등 '경조치'(64건, 44.8%)보다 많았다. 2021~2023년에는 경조치 비중이 70~8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처벌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과징금 부과 건수는 50건으로 전년(21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증권발행제한 조치도 25건에 달했다. 특히 증권발행제한은 일정 기간 자금 조달이 막히는 조치로, VC 입장에서는 IPO 일정 지연이나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엑시트 리스크로 작용한다.
VC들의 포트폴리오사 내부 통제 강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 이후 뿐만 아니라 투자 전 실사 단계에서 피투자 기업의 과거 자금 조달 이력과 공시 이행 여부를 보다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리즈A 라운드 이전 단계에서 50인 이상에게 자금을 모집한 이력이 있는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이행했는지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 IPO 대신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를 고려하는 경우에도 공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VC의 엑시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공시 경험과 전담 인력이 부족한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예방적 지원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공시 위반 유형에 대한 안내와 중소·스타트업을 겨냥한 맞춤형 공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공시 경험이나 노하우·전담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상장기업을 위해 반복되는 공시 위반 유형에 대해서는 향후 지속적으로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방에 위치한 중소기업 등을 위해 금감원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공시교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시 불공정거래 근절 원년을 맞아 대규모 자금 모집 관련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제출 의무 위반 등 투자자 보호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요 사건을 중심으로 공시심사 및 조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