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관세 변수 부상…K배터리 ESS 반사이익 주목

트럼프, 배터리 등 관세 부과 검토
중국산 배터리 관세 ‘재상승’ 가능성
현지 생산 앞세운 K배터리 수혜 기대

입력 : 2026-02-26 오후 2:36:48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국가안보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용량 배터리도 관세 사정권에 들어왔습니다. 현지 생산 공급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달리, 현지 거점이 없는 중국 업체들의 경우 배터리 가격에 대한 압박 수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K배터리 업계가 북미 ESS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무효 판단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관세 부과 수단으로 여러 법적 근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핵심 카드로 거론됩니다.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등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조사 대상과 세율, 적용 범위에 대한 대통령의 재량이 넓어 정책 시행 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232조 근거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인해 소폭 낮아진 중국산 ESS 배터리 관세율은 5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상호관세 법적 근거가 흔들리면서, 중국산 ESS용 배터리의 실질 관세율은 기존 48.4%에서 43.4%로 5%포인트 낮아졌지만, 232조에 근거한 추가 관세가 붙을 경우 관세는 53.4%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3월에도 232조를 적용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적용된 관세율 10%를 감안할 경우, ESS용 배터리 관세율은 53.4%에 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관세 변수 부상에 따라 북미 ESS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없어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요건 충족과 공급망 안정성을 이유로 미국 현지에서 ESS 물량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전략을 강화해 온 만큼, 관세가 부가되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지난해 6월부터 ESS 양산을 시작했으며, 랜싱 공장과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도 올해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SK온은 조지아 공장을 운영 중이고,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일부 라인을 ESS 생산용으로 전환하며 현지 수요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 상당수가 북미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거나 이미 가동 중이어서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에 고율 관세가 매겨질 경우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북미 ESS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점도 K배터리 업체들에 유리합니다.
 
북미 ESS 시장은 메타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NEF는 북미 ESS 누적 설치량이 2030년까지 133기가와트(GW)에 육박하고, 시장 규모는 약 17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현지 ESS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232조 관세의 실제 시행 여부와 세율 수준에 따라 시장 영향은 달라질 수 있어, 향후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됩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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