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땜질 수정 그대로 통과…강경파 '반발'

본회의 직전 뜯어고친 수정안…'졸속' 뭇매
적용 대상 '형사사건'으로 줄이고…예외 마련
"법 왜곡 책임져라"…김용민·추미애, 원안 고집

입력 : 2026-02-26 오후 6:16:42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 3법'의 첫 타자인 '법왜곡죄'(형법 개정안)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여권에서도 위헌 논란이 일자 본회의 개최 직전 급하게 '땜질'한 수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넘은 겁니다. '졸속 입법'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법왜곡죄 수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범위 축소·구체화…위헌 논란에 '대폭 수정'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70인 중 찬성 163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을 가결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선 끝에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경우 징계·처벌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은 본회의 상정 직전에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대폭 수정됐는데요. 그동안 제기돼 온 위헌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수정된 부분을 뜯어보면, 먼저 법왜곡죄 적용 범위를 '형사사건'으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법 적용 대상 또한 원안에서 '법관, 검사'로 명시한 부분을 수정안에선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로 고쳤습니다. 애초 모든 법관을 대상으로 했으나 민사·행정·가사 사건 등에 관여하는 법관은 제외됐습니다.
 
법왜곡죄를 규정한 첫 조문은 구체화하고 예외 조항을 마련했습니다.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를 유·불리하게 만든 경우인 원안의 내용을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자세하게 바꿨습니다. 또한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예외를 뒀습니다.
 
세 번째 조문의 경우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라는 추상적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기존의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라는 부분은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수정했습니다.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임을 알면서도 사용한 경우인 두 번째 조문은 원안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경파 항의에 시민단체 우려까지…전방위 비판
 
위헌 논란은 물론 사법체계를 흔드는 법왜곡죄를 조급하게 땜질 입법한 부분에 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법왜곡죄를 이끌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은 '누더기 법안'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표결에 불참하며 원안 수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김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법사위와 상의 없이 법사위 법을 일방적으로 수정하고 당론으로 밀어붙인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는 법왜곡죄 왜곡에 책임지기 바란다"라고 항의하고 나섰습니다.
 
김 의원은 "법사위가 법왜곡죄를 통과시킨 지 3개월이 다 돼 가는 이 시점에서 법사위와 충분히 소통하고 논의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일방통보만으로 수정하고 당론화하는 것은 법사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본회의 상정 후에도 재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추 의원은 전날 법왜곡죄 수정안에 대해 "형사 재판에 한정해서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불특정 다수에 피해를 야기하는 공익·집단 소송, 주주 이해관계 소송 등에서도 법왜곡이 우려되는데 민상사 행정소송 등을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3호 수정안과 관련해서는 "논리칙과 경험칙에 위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판사의 자유심증주의에도 외적·내적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며 "판사가 자유심증주의를 일탈·남용하는 방법으로 유·무죄나 승패를 바꿔치기했다면, 법왜곡 수단의 직권남용에 해당돼 처벌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당 내부뿐만 아니라 야당, 시민단체까지 우려를 나타내면서 법왜곡죄 통과에 대한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왜곡죄를 두고 "법관이 본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재판을 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서 사법부를 겁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직격했습니다.
 
또한 "법사위에서 이 법을 강행 통과시켰는데 국회에 상정하기 30분 전에 본인 스스로도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뭘 뚝딱뚝딱 고쳐서 와서 상정했다"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사법 개혁의 목적이 '사법정의 실현'인 만큼 충분한 논의 과정의 필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논평에서 "국회는 법왜곡죄 도입에 대해 조금 더 숙의해야 한다"면서 "국회의 신속한 법왜곡죄 도입이 곧 사법정의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완성도 높은 법안 마련을 당부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성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