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하늘길 봉쇄…정유·해운·항공 ‘직격탄’

유가 급등에 원가 부담 ‘눈덩이’
뱃길·하늘길 막혀 물류비 ‘껑충’

입력 : 2026-03-02 오전 11:14:12
[뉴스토마토 윤영혜·오세은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보복으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민간 선박인 팔라우 국적 유조선까지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가 막히자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이 격렬하게 요동치는 모습입니다. 중동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정유, 해운, 항공업계는 운임 폭등과 장기 수익성 악화라는 타격을 맞으며 연쇄적인 위기가 우려되는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1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과 오만의 전략적 요충지인 무산담 반도 인근을 지나던 팔라우 국적 유조선 ‘스카이라이트호’가 공격받아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원유 도입량 70% 의존
 
2일 오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8.15% 뛴 배럴당 72.48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역시 4년 내 최대 상승 폭인 9% 이상 폭등한 배럴당 79.1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주요 유종이 동반 급등하며 단기간에 8%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서방 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1%, 해상 운송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영향입니다. 
 
병목 구간인 해협 통항이 멈춰 서면서 유가 추가 급등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브렌트유 가격을 두고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관측했고, JP Morgan은 130달러까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 및 비회원 산유국 연합(OPEC+)은 1일(현지시각) 감산 계획을 선회해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만6000배럴(bpd) 증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은 원유 도입량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 중동산 원유의 9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구조여서 에너지 안보 위험이 빠르게 증폭되는 양상입니다. 정부는 사태 장기화 시 전국 9개 비축기지에 보관된 1억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할 방침입니다.
 
정유업계는 장기 수익성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단기 충격에 그칠 경우 기존 저가 도입 물량 효과로 정제마진 개선을 기대할 여지가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고유가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위축돼 실적에 치명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입니다. 원유를 전량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고환율까지 겹치면 비용 부담은 배가됩니다. 물류 대란이 지속될 경우 정유업계의 원가 부담이 심화돼 주요 석유 제품 가격 인상과 산업계 전반의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봉쇄된 석유 파이프라인 뒤로 호르무즈 해협이 보이는 지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해운업, 위험 보험료 50% 폭등
 
해운업계는 당장 치솟는 전쟁 위험 보험료와 우회 경로 이용에 따른 물류비 부담으로 초비상에 걸렸습니다. 글로벌 보험사들이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보장을 철회하거나 항해당 최대 100만달러에 달하는 추가 보험료를 요구하며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워졌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통상 선체 가액의 0.25% 수준이던 전쟁 위험 보험료가 최근 50%가량 폭등했습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선박이 통과할 해상 우회 항로가 없어 물류 병목 현상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구축한 육상 대체망이 존재하지만, 하루 최대 처리량은 260만배럴로 호르무즈 해협 전체 물동량의 7분의1 수준에 불과해 실제 가동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선박들이 오만 주요 항만 등에 하역한 뒤 내륙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 기간이 3일에서 5일 가량 지연됩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육상 연계 운송 시 원가가 기존 대비 50%에서 8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양수산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운항 자제를 권고함에 따라 해운업계는 대체 항로 확보 등 비상 대응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SK해운, 팬오션(028670) 등 유조선·벌크선 중심 선사들은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운임 상승과 보험료 급증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특히 벌크 화물은 페르시아만 내 항만에서 직접 하역이 이루어져야 하는 특성상, 항로 변경이 유연한 컨테이너선보다 우회 운항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1일(현지시각) 이란 등 중동 각국 영공이 일제히 폐쇄되면서 이란 등의 상공이 텅비어 있다. (사진=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영공 폐쇄 항공업계, 유류비 눈덩이
 
중동 영공 폐쇄로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주요 여객기 및 화물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며 항공 물류망에도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003490)을 비롯해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아부다비, 두바이, 도하 등을 연결하는 여객편과 화물편을 잇따라 결항 조치했습니다. 운항 중이던 여객기가 이란의 기습 공격을 인지하고 미얀마 상공에서 급히 기수를 돌려 회항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지는 등 영공 제한에 따른 파장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항공업계는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며 비상 스케줄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인한 공역 제한으로 대한항공 인천-두바이, 두바이-인천 노선 운항편이 3월5일까지 취소됐다”며 “3월6일 이후 항공편의 운항 여부는 추후 상황에 따라 결정 예정”이라고 공지했습니다. 여객 수송 차질은 물론, 정해진 납기 내 운송이 필수적인 항공 화물 역시 운항 스케줄 지연과 적재량 감소가 불가피해 화물 부문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관측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촉발한 국제 유가 급등은 항공사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입니다. 통상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항공사 비용이 수백억원씩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직결될 여지가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운송 원가 상승이 소비자와 화주 부담으로 전가되면 항공 시장 전반의 수요 위축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윤영혜·오세은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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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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