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화승엔터, 앙꼬 없는 밸류업 계획…기업가치 훼손 '우려'

기업가치제고계획 발표 기업 중 4곳은 '적자 배당'
여유 자금 감소로 기업 투자 제약과 가치 저하 우려

입력 : 2026-03-12 오전 8: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0일 16: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가 지난해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3년간 20% 수준의 배당성향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끈다. 주력 고객사인 아디다스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2024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불안정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고배당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주환원이 주주에게 단기적인 매력도를 높일 수 있지만, 적자 상황에서 고배당은 미래 투자 재원 감소라는 딜레마 속에서 장기적인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화승엔터프라이즈)

올해 기업가치제고계획 발표 기업 중 4곳은 '적자 배당'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9일까지 29개 기업이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당기순손실에도 배당을 진행하는 곳은 코스닥기업 아이센스(099190)골드앤에스(035290), 서울전자통신(027040), 화승엔터프라이즈 총 4곳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주주환원 촉진세제를 도입하면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단순히 배당을 확대하는 데 그치는 기업가치제고 계획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주주환원에만 집중 돼 있어 미래 투자 재원을 깎아먹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아이센스와 서울전자통신 등은 투자지표 설정과 연구·개발(R&D) 목표, 매출 성장 전략 등을 함께 공개한 반면,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투자 및 주주가치 제고, 경영환경 등을 고려하여 이익배당 결정"했다는 설명 외에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공개하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역시 정부의 공시 강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27에 따른 고배당기업의 특례 요건을 갖춘 상태로 주식 배당 소득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고배당기업은 매년 사업연도 결산이 종료된 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을 결의한 날의 다음 날까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제출시스템에 과세특례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실적을 포함해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작성해야 한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기존에는 기업 배당을 실시하더라도 이를 공시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는 점에서 배당을 늘리고 약식 공시를 올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요식행위에 그치면서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IB토마토>에 "공시를 위해 형식상으로 제출한 기업가치 제고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을 뿐더러 계획이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이사회 중심으로 회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중장기적인 투자와 주주환원이라는 측면에서 균형을 잡은 로드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보다 많은 차입금에도 고배당 지정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24년 344억원을 기록했던 당기순이익이 2025년 271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상태다. 이 같은 실적 악화 속에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지난 5일 기업가치제고계획을 통해 3년 평균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을 20% 내외 수준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4년과 2025년 배당금액은 각각 27억원, 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25%에 달한다.
 
문제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이 최근 업황 악화로 인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4년 1조 6096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1조 5644억원으로 감소했다. 외형이 줄면서 영업이익도 826억원에서 357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은 지난 2021년 68억원, 2022년 75억원, 2023년 253억원으로 지속되다가 2024년 잠시 흑자전환한 후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2021년 1792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은 2023년 1402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면서 이익잉여금은 2024년 2004억원으로 확대, 2025년 3분기 말 1809억원을 유지했다. 
 
주주환원 확대는 장기적·안정적인 투자유인을 높일 수 있으나, 여유 자금 감소로 기업 투자가 제약될 소지가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국내의 경우 G20 회원국 중 16개국 회원과 비교할 때 주주환원이 최하위 수준으로, 배당 확대 등 관련 제도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자본적 지출이 많은 경우 여유자금을 주주환원에 과도하게 사용하면 되려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IB토마토>에 "기업이 수익을 냈을 때 그에 맞는 배당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적자기업의 경우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신사업이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끌어다 쓴다는 점에서 미래 기업가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말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743억원이 유입됐음에도 투자활동현금흐름과 재무활동현금흐름이 약 1095억원 가량 유출됐다. 이에 지난해 말 1157억원에 이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71억원으로 줄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80.4%, 46.6%로 직전년도(172.7%, 44.5%) 대비 부담이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말 1년 내 상환을 완료해야 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은 총 5485억원으로 보유 현금성자산 보다도 7배 이상 많았다.
 
유동비율은 75.94%에 그쳤다. 이는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인 유동자산으로 유동부채를 나눈 비율로, 단기채무를 지불할 수 있는 기업능력의 직접적인 척도다. 이 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유동자산으로 유동부채를 상환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주요 고객사인 아디다스의 보수적인 재고 운영 정책으로 인해 중단기적인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신증권은 지난 1월 화승엔터프라이즈에 대한 목표주가를 10000원에서 8000원으로 하향 조정키도 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2분기부터 관세 영향으로 주력 제품 오더가 여전히 크게 늘지 않고 고객사의 스팟성 오더가 늘면서 효율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고객사로부터 수주가 늘지 않으면서 가동률 저하로 원가율과 판관비율 상승으로 마진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화승엔터프라이즈에 추가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수익성 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 질의했지만 공시 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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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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