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대주주' 횡포 앞에 멈춘 한미약품 감사위

규정상 부정행위 발생시 감사위 직접 조사 가능
"독립성 판단할 시금석"…"사적 통치 예시" 지적

입력 : 2026-03-12 오후 3:58:43
(사진=한미약품)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지주사 대주주의 경영 개입 시도로 곤혹을 치르는 중입니다. 내부 규정을 살펴보니 감사위원회가 나서 부정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적 기구보다 사적 통치가 우선한 사례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송 회장 입장문은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약품 경영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우회적으로 박재현 대표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당시 모녀 측에 선 인물로 2024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합류했고 한미약품에선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합니다. 한미약품 최종 의사결정권은 이사회 의장인 박 대표에게 있으며,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에 조언을 건네는 등 제한적 역할만 수행합니다.
 
신 회장의 한미약품 경영 개입 시도는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이 불거졌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해당 임원을 비호하면서 조사 사실을 누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미약품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로수젯' 원료를 바꾸라는 신 회장 지시에서도 경영 개입 의지가 엿보입니다. 박 대표는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원료 수급처 변경을 지시한 신 회장 지시과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한미약품 규정을 살펴본 결과 감사위원회가 신 회장 경영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었습니다. 한미약품 감사위원회 규정 제20조는 "위원회는 기업의 부정행위(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되는 행위, 그 밖에 사회적 비난을 초래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이사 및 집행임원 등에게 조사보고를 요구하거나 직접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관건은 신 회장의 성추행 임원 비호 및 노사 사실 누설, 로수젯 원료 수급처 변경 지시가 부정행위에 해당하느냐입니다. 전문가들은 감사위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례는) 감사위가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을 갖고 있는지 (판단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미약품 감사위가 사실상 독립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사나 전문경영인이어야 할 수 있는 명령을 신 회장이 했다면 일종의 월권"이라면서 "감사위에서 조사를 할 수도 있지만 고발의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적 기구를 통한 관리와 경영을 넘어 사적 통치가 빈번하게 이뤄진다는 걸 보여주는 부적절한 예"라며 "공적 기구 또는 제도에 따른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채 지배주주 혹은 대주주가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미약품그룹은 감사위 조사보고 요구나 직접 조사가 있었는지 묻는 <뉴스토마토> 질의에 별도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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