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윤금주 수습기자]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을 틈타 급등한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합니다.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변동 비율을 곱한 다음,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각종 제세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출합니다. 가격 안정 효과와 유가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해 매 2주 단위로 재설정하며, 적용 품목은 보통휘발유·경유·등유입니다.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큰 주요소 판매가는 최고가격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더불어 정부는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쌀, 돼지고기 등 23개 특별관리품목을 선정해 집중 점검하고, 설탕·돼지고기·밀가루 등 국민 대표 먹거리 담합에는 역대급 과징금 부과로 엄정 제재할 방침입니다. 또 식용유, 라면 등 가공식품은 4월 출고분부터 출고가가 인하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천정부지' 기름값에 초강수 카드…고급휘발유 대상서 제외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 등을 확정·발표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개최, 경제·물가 상황을 점검하며 범부처 대응책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우선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합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자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지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사라졌던 비상 조치가 다시 부활하는 것으로,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30년 만의 첫 사례입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석유 가격 대응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며 "석유 가격 비대칭성 대응, 시장가격 급등에 따른 정유사, 주유소의 과도한 이익 추구 행위 방지 등 시장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기준 가격에 변동률을 곱한 다음, 제세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출합니다. 다만 해상 운송으로 별도의 운송비용이 소요되는 도서 등 특수 지역은 5% 이내 범위에서 별도의 최고가격 산정이 가능합니다. 이 같은 최고가격은 매 2주 단위로 재설정하며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필요시 조정 주기 변경도 가능합니다.
적용 품목은 보통휘발유·경유·등유로 선택적 소비재인 고급휘발유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적용 대상은 정유사의 주유소 등 공급가 대상으로, 주유소 판매가는 제외됩니다. 주유소 판매가는 지역별로 가격이 크게 차이 나고 경영 전략, 운영 방식에 따라 상이해 일률 규제가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최고가격 적용품목 수출 제한…가공식품 출고가 인하
최고가격 적용 품목에 대해서는 수출이 제한됩니다. 국내외 시장 간 가격 차이로 인해 국내 공급 물량을 해외 수출로 과도하게 전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다만 손실 보전, 정유사의 입증 책임, 분기별 정산 등 3가지 원칙에 의거해 정부 재정으로 사후정산을 지원합니다.
주유소 판매가격을 최고가격제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주유소 판매가격의 과도한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도 가동합니다. 가격상승이 과도하거나 매점매석 의심 주유소 대상으로는 공표, 조사,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엄정한 관리 체계가 적용됩니다.
아울러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불공정행위, 부정 수급 근절, 유통구조 혁신을 목표로 민생물가 TF를 출범합니다. 특히 시장질서 확립과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핵심 먹거리 등 23개 특별관리품목을 선정해 점검합니다. 이 밖에 설탕 담합에 대해서는 약 4000억원을, 돼지고기 담합에 대해서는 약 32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고 밀가루·전분당 등은 제재 절차를 진행합니다. 라면과 식용유 품목에 대해서는 오는 4월부터 각각 출고가 인하에 들어갑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가격 개입은 최후의 수단으로 유가가 오르면서 다른 분야까지 번질 우려가 있어 안정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석유가격 영향이 직접적으로 가공식품, 물류 등으로 확산할 수 있어서 차단하기 위한 단기 대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민관 합동 비상경제 대응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경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