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와 명태균씨가 ‘불법 여론조사 의혹’으로 법정에서 처음 대면했습니다. 법정 밖에서 윤씨의 몰락을 예고하는 등 서로를 공격하던 이들은 법정에 서자 공범 피고인으로서 입을 맞췄습니다. 다음달에는 또 다른 공범으로 지목된 김건희씨가 증인으로 출석, ‘명태균 게이트’ 핵심 인물들의 삼자대면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윤석열씨가 지난해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17일 윤씨와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윤씨는 배우자 김씨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2억7000만여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습니다.
이날 윤씨와 명씨는 피고인석 앞뒤로 앉았습니다. 법정에서 마주하자 윤씨는 “어디 많이 아프신가”라고 묻고, 명씨가 “건강 잘 챙기시라”고 화답하는 등 서로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앞선 김씨의 1심에서 무죄 판단을 한 차례 받은 상황입니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지난 1월 김씨의 혐의 중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특검은 윤씨 부부와 명씨를 공범으로 봤는데, 김씨만 먼저 재판에 넘기면서 김씨에 대한 판단이 먼저 나온 겁니다.
앞서 김씨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김씨와 명씨가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 사이 여론조사 관련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 △여론조사의 실시 여부 및 방법, 결과 공표 등에 관해 명씨가 김씨의 지시를 받았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김씨의 정치자금법 혐의를 무죄로 봤습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명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윤씨 부부에게만 전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명씨가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여론조사를 제공해,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이익이 윤씨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귀속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특검은 이날 김씨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검은 서증조사에서 윤씨 부부와 명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근거로 명씨가 윤씨 부부의 지시를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검이 제시한 카카오톡 등에 따르면, 윤씨와 명씨가 처음 만난 2021년 6월 직후 명씨가 김씨에게 공표 예정인 여론조사와 관련 기사를 보내자 김씨는 ‘좋은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특검은 “(윤씨와 명씨의) 첫 만남에서 명태균이 여론조사 전문가임을 알고 있었고, 향후 윤씨를 위한 여론조사를 하자는 합치가 있었기 때문에 전후 설명 없이 이러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로 김씨가 윤씨 지지율과 관련한 불안을 호소할 때마다 명씨는 “꼭 만들어낼 테니 믿고 기다려주세요”라며 해결 방법을 함께 모색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 측에서 진행한, 윤씨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공표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명씨가 “제가 정리할 테니 걱정 말라”고 김씨에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특검은 “당시 정치 초년생인 윤 부부가 오랜 기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전문가인 명태균에게 상당 부분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씨가 명씨에게 윤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보내며 “남편과 통화해 보라”고 말한 메시지, 윤씨가 명씨에게 대선후보 인터뷰 답변 방향을 물어본 메시지 등을 근거로 특검은 윤씨와 명씨 사이 여론조사 관련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피고인들 측은 여론조사 이익의 전속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윤씨를 대리하는 채명성 변호사는 “공소장에 58건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수사기관에서 특정된 제공 건수는 14건뿐이다. 이 중 윤씨 부부에게만 제공된 여론조사는 단 3건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다른 정치인들에게 동시 제공됐는데, 윤씨에게 여론조사 이익이 전속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들 사이 공방이 오갔습니다. 특검은 “윤 부부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한 것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공표 자체 또는 이를 참고할 만한 국민의힘 다른 정치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 여론조사 제공이라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윤씨 측은 “윤씨가 아닌 다른 정치인들에게 제공한 것도 범죄라면 윤씨와 명씨 사이 다른 정치인에게 여론조사를 제공한다는 의사 합치나 계약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공소장에 없는 내용”이라고 맞섰습니다. 명씨 측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 여론조사도 윤씨에게 제공됐다고 보는 건 무리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특검에 공소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특검 신청에 따라 김건희씨, 강혜경씨, 김태열씨를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김씨를 끝으로 증인신문을 마무리한 뒤 5월12일 피고인 신문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할 계획입니다. 이르면 6월 초 선고기일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