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지원" 압박 속 메리츠금융 손익계산 분주

입력 : 2026-03-17 오후 3:30:04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정치권과 노동계가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추가 자금 지원을 촉구하며 메리츠금융그룹을 압박하고 있지만, 메리츠금융은 여전히 느긋해 보입니다. 이미 홈플러스에 대해 넉넉히 담보를 잡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이 와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입니다. 
 
정치권·노조, 메리츠 역할론 재점화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진보당, 사회민주당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운영자금(DIP) 지원과 합리적인 채권 조정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이 고금리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두면서도 정작 정상화 과정에서는 방관에 가까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이어졌습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추가 자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홈플러스는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막대한 금융 수익을 챙긴 메리츠금융이 이제는 운영자금 조달과 채권 조정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최대 채권단이 회생절차 돌입 이후 사실상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리스크가 거의 없는데도 긴급 운영자금 대출을 거부하는 것은 홈플러스를 살릴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역시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에 긴급운영자금 1000억원을 대출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매각 발목잡기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확정 채권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법조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생계획안 가결은 통상 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이뤄져야 합니다. 따라서 이달 초는 회생절차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분수령으로 꼽혔지만,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긴급 자금 투입을 고려해 회생안 가결 기한을 오는 5월4일까지 연장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4일과 11일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자금 조달 과정에서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회생 의지를 보인 점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투입된 자금은 임직원 급여 지급과 협력업체 대금 정산 등 긴급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MBK는 향후 회생계획이 인가되지 않더라도 해당 자금에 대한 상환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앞서 홈플러스는 적자 점포 정리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확보를 전제로 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습니다. MBK가 100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2000억원은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과 메리츠금융이 각각 1000억원씩 분담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산은과 메리츠금융이 자금 투입에 난색을 보이면서 회생안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MBK의 긴급 자금 투입으로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홈플러스가 여전히 청산 가능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배임 우려에 확정 담보까지…이유 있는 '관망'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이 추가 지원에 나서지 않는 배경 중 하나로 경영상 배임 우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을 투입하면 주주 반발이나 경영상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자금 지원이 반드시 배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법원이 회생 기한을 연장한 만큼 아직 청산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리츠금융의 담보 구조 역시 관망 배경으로 꼽힙니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총 채권 2조6078억원 가운데 약 1조2396억원을 선순위 신탁담보대출 형태로 제공한 최대 채권자입니다. 전국 핵심 점포 62곳을 담보로 약 2조8000억원 규모의 담보신탁을 확보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홈플러스가 청산되더라도 대출금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회생 과정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 메리츠금융은 담보권을 즉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은 2024년 5월 대출 집행 이후 1년 만에 이자와 수수료, 원금 상환 등을 통해 총 2561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MBK가 요구한 긴급 운영자금 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표면 금리는 연 8%였지만 각종 금융비용을 포함한 실질 금리는 연 11~13% 수준까지 올려 고금리를 수취 지적도 제기됩니다.
 
회생절차 과정에서 미상환 원금에 내부수익률(IRR) 기준 가상 이자 861억원을 추가로 기재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홈플러스가 회생을 신청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산정한 금액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같은 채권단이라도 변제 후순위에 있는 우리금융그룹은 계열사 우리투자증권을 통해 이번 긴급운영자금 가운데 5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홈플러스가 우리은행에서 받은 단기대출 규모보다도 큰 금액입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홈플러스가 조속히 정상화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신속하게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꼭 필요한 곳에 힘이 되는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회생절차상 단기대출은 무담보 채권으로 분류돼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신탁사인 우리은행 역시 홈플러스 자산가치가 유지돼야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별도로 할 얘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왼쪽)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메리츠증권 사옥. (사진=뉴시스, 메리츠증권, Gemini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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