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이효진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도 '단계적·점진적' 개헌에 힘을 실었습니다. 국회의 개헌 논의에 "정부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지시한 건데요. 하지만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자는 우 의장의 타임라인에는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출범도 못 한 채 공전하면서 입법 논의는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정과제 1호' 개헌…"정부 차원서 공식 검토"
이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께서 합의되는 것, 국민이 동의하는 쉬운 의제부터 순차적으로 개헌을 하자고 말씀하지 않았느냐"면서 "지방자치 강화, 계엄 요건 강화는 국민도 다 동의하고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개헌 검토를 공식화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일리 있는 제안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를 하고 입장도 정리해 가면 좋겠다"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총리실과 같이 얘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그것(5·18 정신과 부마항쟁 헌법 전문 수록)도 한꺼번에 했으면 좋겠다. 부마항쟁도 헌정사에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단계적, 점진적 개헌도 하나의 사례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개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123개 국정 과제 중 1호로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한 '개헌'을 꼽기도 했는데요. 다만 정부에서는 정부안을 만드는 방식 대신 국회의 숙의와 토론의 과정을 지켜보며, 행정부로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 의장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진행을 제안했습니다. 우 의장은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 승인을 못 받을 시 즉시 계엄 자동 무효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가 책임 명시 등을 우선 개헌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우 의장이 제시한 헌법 개정안 발의 마지노선은 4월7일입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개헌안 공고 후 20일이 지난 뒤 60일 이내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이를 의결해야 합니다. 그 뒤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합니다. 이 계산에 따라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치르기 위해선 4월7일까지 개헌안이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며 여야 의견 통일엔 난항이 예상됩니다. 우 의장은 동시 투표를 위해 이날을 개헌특위 구성 기한으로 제시했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우 의장과 만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특위는 아직 결정된 게 없고, 오늘까지 안 됐으니 우 의장이 절차를 진행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도 개헌특위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17일 단계적 개헌 추진을 언급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모습. (사진=뉴시스)
범보수 12표 확보 '관건'
우 의장은 국민의힘 반대에도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안 발의 등 절차 진행에 강한 의지를 보입니다.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개헌 선결 조처는 완료된 상태입니다. 기존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지만, 개정으로 제도적 공백이 메워져 국민투표를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관건은 '찬성표'입니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295명 의원 중 개헌안 의결 정족수는 197명입니다. 여대야소 정국에서 범여권에서만 185표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보수 정당의 12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야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합니다. 지난 대선에선 양당 주자 모두 개헌을 공약했습니다.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입니다. 국민의힘도 지난해 개헌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자체 개헌안 마련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는 데 강하게 반발합니다. 속도전이 아닌 국민의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입니다. 이와 더불어 개헌 논의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국회가 민생을 보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시기"라며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 헌법 개정이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에 관한 투표를 끼워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 의장 측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야당을 상대로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