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 3사 매출액의 3.55%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의무 계상하는 제도 도입의 밑그림이 나왔습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자율에 맡겨졌던 조선업 안전 비용을 구체화하고, 영세 하청업체 대신 원청 조선사가 예산을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 안전 투자 격차를 해소할 구체적인 정부 고시 마련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연합뉴스)
1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조선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기준 마련 연구(2025)’에 따르면 3대 대형 조선사가 최근 5년간 지출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각 기업당 연평균 2852억1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직영 근로자 1인당 평균 안전관리비는 연간 2841만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비용으로 1인당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많을수록 안전사고 발생건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7대 중형 조선사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각 기업당 연평균 365억5400만원, 1인당 평균 비용은 2055만5000원에 그쳐 원청사 간에도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매출액 대비 산업안전보건관리비 평균 비율 역시 대형 3사는 3.63%에 달했지만, 중형 7사는 2.75%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내외 블록사 등 하청업체는 계약 단가가 매번 다르고 행정 인력조차 부족해 자체적인 비용 산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의무 계상 대상을 선박 건조·수리를 최초로 도급받는 ‘원청 조선사’로 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혼란과 이중 부담을 막기 위해 원청 대형사가 안전 비용을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구조를 전제로 보고서는 기업 규모에 따라 적용할 안전관리비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수집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일시적인 과다 지출 등 이상치를 제외한 중앙값을 적용한 결과, 매출액 1조원 이상 대형 조선사는 3.55%, 1조원 미만 중형 조선사는 1.93%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계상하는 방안이 적정 수준으로 도출됐습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매출액 기준을 적용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업의 ‘공사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참고해 직접재료비와 직접노무비를 합산한 원가 기반 방식으로 산정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그래픽=구글 제미나이)
보고서가 제시한 대형 조선사의 의무 계상 비율 3.55%는 최근 5년간 3사가 자율적으로 집행해 온 평균치(3.63%)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이는 특정 연도의 비정상적인 과다 지출(이상치)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중앙값을 도출한 결과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지출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추가적인 재무 부담을 덜 수 있고, 제도적으로는 경영 상황과 무관하게 ‘최소 3.55%’라는 안전 투자 하한선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높인 조치로 풀이됩니다.
현행법상 조선업 사업주는 사업계획 수립 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의무 반영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고시 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제도 도입 추진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위탁을 받은 동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9월부터 현장 조사를 벌여, 조선업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계상 기준안을 도출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경륜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계상 기준 마련 등 제도의 구체성을 크게 높였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미참여 기업과 추가적인 전문가 자문을 거쳐 그동안 미뤄졌던 조선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제도를 꼭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정 의원은 “건설업보다 산재 위험이 높은 조선업 현장에서 하청업체로 갈수록 안전 비용 투자가 열악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수치로 증명됐다”며 “영세한 협력사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원청인 대형 조선사가 책임지고 합리적인 수준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신속히 관련 고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