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임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총재 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외·내부 인사가 두루두루 거론되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까진 차기 후보자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의외의 인물이 깜짝 발탁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문제는 차기 총재가 누가 되든 정책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은 물론, 최근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통화정책 운용이 한층 더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기 총재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외·내부 인사 두루두루 언급…연임 가능성은 낮아져
1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다음달 20일 임기를 마칩니다. 한은 총재 임기는 4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합니다. 한은 총재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됩니다. 통상 총재 임기 만료 한 달 전에는 지명이 이뤄져야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 이달 안에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외·내부 인사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단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통상 총재 연임 여부가 임기 만료 한 달 전후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재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어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판단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얼마 전까진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었는데, 현재로썬 특별한 언급이 없어 내부적으로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인물로는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신 국장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와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거쳐 BIS에서 통화정책과 금융 안정 관련 핵심 직책을 맡아온 국제금융 전문가입니다. 오는 8월 BIS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이 총재만큼 해외 경험과 네트워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물망에 오릅니다. 하 수석은 과거 10년 넘게 한은에 재직한 경험이 있으며, 이후 한국금융연구원을 거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꼽히는 만큼, 꾸준히 후보군에 오르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주미대사를 지낸 조윤제 연세대 특임교수가 후보군으로 꼽힙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분석관과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관료 출신으로는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거론됩니다. 고 전 위원장은 한은 금융통화위원도 지낸 인물로,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을 모두 경험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이 밖에 내부 인사로는 유상대 한은 부총재, 이승헌 전 한은 부총재, 서영경 전 금통위원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됩니다.
'깜짝 발탁' 가능성도…대내외 변수에 '험로' 예상
금융권에서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지명되는 '깜짝 발탁' 가능성도 열어둡니다. 차기 총재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유력한 후보가 부상하지 않은 만큼, 예상 밖의 인물이 지명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주요 인사 스타일 등을 놓고 볼 때 이재명정부가 함께 정책 호흡을 맞출 새 인물을 지명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문제는 차기 총재가 맞닥뜨릴 정책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정책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겹칠 경우 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융 안정 역시 관리해야 할 중요 과제입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모대출을 중심으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역시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변동성 등 구조적 불안 요인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상승폭이 다소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에 집값 안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 환경 변화 대응도 챙겨야 할 과제입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화폐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금융 시스템 구조 재편 문제도 들여다봐야 할 부분입니다. 시장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 등 정책 고려 요소가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특히 중동발 악재로 통화정책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에 전문성과 조직 장악력, 정책 조율에 탁월한 적임자가 지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