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인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TSMC와 삼성전자 등에 의존하던 기존 공급망으로는 자사 수요를 충당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설계부터 제조·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자체 생산 체계를 직접 구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현지시각) X 생중계를 통해 ‘테라팹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X 라이브 캡처)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전날 텍사스주 오스틴의 테슬라 생산공장 ‘기가 텍사스’에서 “테라팹은 역사상 가장 장엄한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라며 “사람들이 상상조차 못한 수준까지, 모든 걸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테라팹은 반도체 제조부터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위탁생산)까지 하나로 묶은 종합 반도체 공장으로 조성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완공 일정과 운영 주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테슬라의 자율주행 및 ‘옵티머스’ 등 로봇용 칩과 스페이스X 우주산업에 필요한 특수 반도체 등을 주로 생산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각에서는 테라팹이 월 최대 10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규모로 지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머스크 CEO에 따르면 테라팹은 연간 수백 기가와트(GW), 최종적으로 1테라와트(TW) 규모의 컴퓨팅 전력을 지원하는 칩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TW는 현재 전 세계 AI 연산능력(20GW)의 약 50배 수준입니다.
이러한 초대형 팹 구상의 배경에는 기존 반도체 생산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머스크 CEO는 “현재 지구상의 모든 반도체 공장을 합쳐도 필요한 수준의 약 2%에 불과하다”며 “이에 텍사스 오스틴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먼저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자사의 반도체 공급망 파트너사들도 언급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기존 공급망에 매우 감사하지만,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확장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며 “테라팹 없이는 필요한 칩을 확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테슬라가 예정대로 테라팹을 구축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당장 반도체 인력을 끌어가려고 할 수도 있다”며 “국내 기업뿐만이 아니라, TSMC 등 다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지난달 “한국에서 반도체 설계, 제조 또는 AI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한다면 테슬라에 합류하라”며 직접 러브콜을 보낸 바 있습니다.
다만 반도체 공장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기술력이 천문학적인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머스크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온 전례가 있지만, 반도체 건설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며 “수년에 걸쳐 200억달러(약 30조원)가 투입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