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위사업청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제안요청서를 배부하면서 한국형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위한 입찰 절차가 시작됐다. 사진은 KDDX 형상 및 주요 특성. (사진=방위사업청)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입찰 절차가 26일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의 제안요청서 배포 직전
HD현대중공업(329180)이 경쟁업체인
한화오션(042660)에 공유되는 기술 자료를 문제 삼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습니다.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는 셈입니다. 방사청은 입찰 절차를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의 결정에 따라 또다시 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방사청은 26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하고 오늘 오전 대상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제안요청서를 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방사청은 이날 두 업체에 제안요청서와 함께 제안서 작성에 필요한 기본설계 자료 170여건도 대여 형식으로 제공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이 자료 중 일부에 자사가 가진 최신 공법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 공유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한 것입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대면 심리를 거쳐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세설계 자료 대여 놓고 공정성 논란
방사청은 아직 법원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만큼 계획된 대로 일단 제안요청서와 기술자료를 두 업체 모두에 배포한 상황입니다. 사업이 이미 2년 넘게 지연된 만큼 계획대로 입찰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업체의 반발로 사업을 더 이상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다만 방사청은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한다면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배부한 자료를 회수하는 등 조치를 취할 방침입니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돼 배부한 기본설계 자료를 회수하게 된다면 문제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 선별적으로 자료를 제공해도 되는데 방사청이 그대로 강행한 데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이미 한화오션이 자료를 다 검토한 이후에 회수해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로 논란이 지속될 경우 5월15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해 평가한 후 7월 중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방사청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기본설계 자료를 기본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에 공개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것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맡을 것을 감안해 회사의 모든 기술력과 노하우를 포함한 자체 투자가 이뤄진 결과물이어서 한화오션과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기본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가 기본설계의 모든 기술자료를 아무런 노력 없이 받아 가는 것이 특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기본설계 자체가 정부의 자산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쟁점은 사업 추진 방식을 제한경쟁입찰로 정하면서 예견됐던 일입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함정 사업이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았기 때문에 기본설계에 HD현대중공업이 핵심 기술 등 영업 기밀을 넣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KDDX에서 이 관례가 깨진 건 보안사고를 낸 HD현대중공업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공유 방식도 쟁점입니다. 방사청이 기술자료를 업체와 공유하는 방식은 열람과 대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방사청은 이번 KDDX 상세설계를 위한 기본설계 자료의 공유 방식으로 대여를 선택했습니다. 대여하지 않으면 제안서 작성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공정한 경쟁을 위해 대여한 것이라는 게 방사청의 설명입니다. 또 대여한 자료에 대해서는 제안서 작성 이후 회수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보다 기술과 보안 수준이 낮은 개념설계도 열람만 시켰는데 기본설계와 관련된 모든 기술자료를 여과 없이 그대로 제공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기본설계 수주 당시 발생한 보안사고 역시 개념설계 자료를 열람 형식으로 공유한 데 따른 것이고, 한화오션 역시 개념설계 결과물을 무단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활용해서 문제가 된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방사청 "더 이상 사업 지연 안돼…31일 사업설명회 강행"
회사의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과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에 의거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이어서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기본설계 사업을 수행했다"며 "이 때문에 기본설계 결과물 중 일부에는 입찰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 가격과 사양, 최신 공법, 신기술 등 HD현대중공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어 불가피하게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내용이 경쟁사에 제공되면 심각한 불공정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한화오션은 "방사청의 계획에 맞춰 정부 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사업을 충실하게 준비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오는 31일 오전 10시 과천청사에서 사업설명회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