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와 정유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석유화학업계는 설비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미룰 수 있게 됐지만, 정유업계는 최고가격제에 이어 나프타 수출까지 제한되면서 수익성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한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는 ‘나프타 수출 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고시하고 27일 0시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나프타는 앞으로 수출이 제한되며, 이미 수출 계약이 체결된 물량도 반출이 금지됩니다. 다만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수출이 가능합니다. 산업부는 현재 국내에서 생산된 나프타의 약 11%가 수출되고 있으며, 이번 조치에 따라 해당 물량은 전량 국내 수요처로 전환돼 공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산업부 장관은 정유사에 나프타 생산 명령을 할 수 있고,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들여온 나프타를 특정 석유화학 업체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나프타 수급 조정 조치 방안도 공개했습니다.
이번 정부 조치는 중동 사태와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나프타 품귀 현상이 심화한 데 따른 것입니다. 현재 국내 나프타 수요의 4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77%에 달해 중동 지역 불안이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입니다.
석유화학업계는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최소한 나프타 부족으로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NCC는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까지 최소 한 달이 걸리고,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조치가 수치상 효과만으로는 제한적일 수 있더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 수급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나옵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수급 불안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NCC 가동 중단을 조금이나마 미룰 수 있게 됐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원료 수급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정유업계는 아쉬움이 크다는 입장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나프타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높은 가격에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미 체결된 수출 계약 조정 부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최근 석유 최고가격제까지 시행되면서, 정유업계 실적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내수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며 “나프타 수출 제한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석유 최고가격제까지 시행되고 있어 국내외 실적 모두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