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코스피 3000시대'는 결국 허상인가

입력 : 2014-10-16 오전 9:59:41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의 대선후보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임기내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2007년 4월 증권사 지점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투명하고 제대로 된 국가리더십만 정착되면 주가지수 3000 시대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라고 했고, 2012년 12월 대선일을 하루 앞두고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임기내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처음 약속은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바람에 무위로 끝났다. 주식시장과 관련된 공약만 놓고 보면 오히려 그 때 대통령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 간 코스피는 37% 가량 폭락했으니 말이다. 이후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에 주가지수는 한때 22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결국 3000선을 넘보지는 못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1년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많은 공약이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됐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약속도 실현될 가능성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 같다. 전 정부에서는 주가지수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변동성이라도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줄곧 1800과 2000선 구간에 갖혀 답답한 등락만 반복하고 있다. 주가가 좁은 박스권에 갖혀 오르내림만 반복한다고 해서 '박스피'란 조롱거리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증시가 앞으로도 예전의 활력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하락장에서 유가증권시장의 간판인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POSCO(005490) 등이 맥없이 추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의 허약한 체질을 새삼 재확인하고 있다. 수천억원 정도의 외국인 자금이 움직이면 국내 증시는 대책없이 휘청이고 만다.
 
예전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대표주식이 단기간에 급락하면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를 방어했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주가가 싸졌다는 판단보다는 떨어질 만한 이유가 있어서 떨어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식거래를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외면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급성장을 주도했던 모바일사업의 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났고, 현대차 등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기업들도 경쟁 심화와 환율 문제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추락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증시가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기업 실적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위축된 시장을 살려내기 위해 조만간 가격제한폭 완화, 연기금 투자비중 확대, 상장사 자금조달 규제완화 등 증시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에 시장에 알려진 이같은 당근책이 얼어붙은 증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미래 주가를 예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 최고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 주는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투자자들이 느끼는 실망감에 대한 책임이 적다고도 할 수 없다. 증시를 살리겠다는 당국이 내놓는 대책이 단기적인 약발만 기대하는 미봉책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다.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고민과 대책도 없이 국민들에게 '코스피 3000시대'라는 허상만 심어준 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정경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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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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