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손 못댄 '법인세 인상'…"직접세 건드려야"

비과세·감면 축소 소폭에 그쳐…법인세 실효세율 효과 미미

입력 : 2015-08-09 오전 10:43:54
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예상했던 대로 법인세 인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대기업 과세 강화 방안으로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고, 연구개발(R&D) 설비시설 투자세액공제율 등을 조정하는 정도만 마련됐다.
 
매년 세법 개정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한 법인세율 인상이나 최저한세율 인상 등 주요 세목의 핵심적인 내용은 올해도 손을 못댔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해 민간한 사안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세수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시선이 많다. 비과세·감면 제도 축소는 당초 정부가 공언한 것과는 달리 소폭에 그쳤고, 이를 통한 실효세율 증대도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법인세·소득세 등 직접세의 인상 없이는 우리 경제가 처한 만성 재정적자와 세수결손을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법인세 인상이 검토되지 않았다. 이는 국제경쟁 조세인 법인세를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지 않고 올리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러 차례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지난달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한 번 내린 법인세를 올린 적이 없다"며 "세계적 추세도 법인세를 내리는 쪽인데 이를 거슬러 법인세를 올리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강변했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 대신 비과세·감면 제도 축소로 실질적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실효세율이란 총부담세액을 과세표준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의 실질 세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는 올해의 경우, 앞선 세법개정에 따른 비과세·감면 혜택이 반영되면 법인세 실효세율이 2.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법인세 실효세율은 앞선 비과세·감면 축소에 따라 1.6% 증가하고, 지방법인세 0.5%까지 포함하면 약 2.1%포인트 증가한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R&D 설비 등 시설투자세액 공제를 축소해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R&D설비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기존 3%에서 1%로, 중견기업은 5%에서 3%로, 중소기업은 10%에서 6%로 각각 줄였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와 달리 각종 시설 투자세액공제는 고용요건 없이 지원되는 점 등을 감안해 공제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비과세·감면 제도가 당초 예상보다 소폭에 그쳐 실효세율 증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세법개정안을 보면,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88개 가운데 27개가 폐지되거나 재설계될 뿐 나머지는 모두 연장된다.
 
특히 세법개정안 발표에 앞서 추가경정예산 심의과정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대기업의 실효세율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법인세는 2400억원 늘어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고작 0.12%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연간 1조원 규모의 세수 확충 효과는 필요한 증세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비과세·감면의 일몰 연장 등이 꼭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 세수 확보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열악한 재정적자와 세수결손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법인세·소득세 등 직접세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병구 교수는 "세수 추계를 해보면 2018년 이후에는 오히려 법인세가 감소한다"면서 "소득세와 부가세 중심인 정부의 세제 개편 구도를 법인세로 옮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상이 OECD 등 선진국 흐름에 역행한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충분한 만큼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려도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나아감에 있어서 복지 재원은 빚을 내지 말고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가장 여력이 있는 것이 법인세인데, 급격한 인상이 무리가 있다면 연차적으로라도 1%씩 올리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가운데)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사전공식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창용 세제실장(왼쪽), 한명진 조세정책관(오른쪽)도 참석했다./사진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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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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