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강력한 부양책에도 시장 반응 '시큰둥'…왜?

드라기 총재 "추가 금리 인하 불필요" 발언에 시장 실망

입력 : 2016-03-11 오전 9:06:14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경기 부진을 타계하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공개했지만 유럽 증시와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하는 등 시장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이에 대해 CNBC는 전문가들이 ECB의 추가 부양책과 관련해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ECB는 기준금리를 기존의 0.05%에서 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9월 이후 6개월만일 뿐 아니라 제로금리를 선언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또한 예금금리 역시 기존의 마이너스(-) 0.3%에서 -0.4%로 추가로 인하했고 한계 대출금리도 0.3%에서 0.25%로 낮췄다.
 
이와 함께 ECB는 자산매입프로그램의 한도를 오는 4월부터 기존의 월 600억유로에서 800억유로로 확대하고 채권 매입 대상도 유로존 설립 기업의 유로화 표시 투자 등급 채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이와 함께 오는 6월부터 4년 만기 저금리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역시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양책의 종류와 강도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강력했다는 의견도 있다. 
 
호와드 아처 IHS 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드디어 ECB가 큰 건을 했다"라고 평가했고 클라우스 비스텐센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예상보다 상당히 더 공격적인 조치가 나왔기 때문에 곧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마스 홀린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전략가 역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매우 폭넓고 강력한 부양책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의 목소리도 큰 모습이었다. 이번 ECB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는 점과 0.1%포인트의 예금 금리 인하 폭은 이미 시장이 예측했던 터라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로버트 브루스카 FAO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부양책 발표에서 MVP 퍼포먼스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라며 "부양책을 펼치겠다고 야단법석을 떤 것에 비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정책들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장을 가장 실망하게 한 것은 바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기자회견이었다.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는 얼마나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냐는 질문에 "현재 관점과 현재 부양책들이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지지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더이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전망과 상황이 바뀐다면 이 견해는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시장은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큰 실망을 나타냈다.
 
제임스 애디 아베르딘 에셋매니지먼트 머니매니저는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은 드라기 총재가 사실상 더 이상 쓸 수 있는 부양책 카드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ECB가 이날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을 각각 1.3%와 1.6%로 하향 조정한 것 역시 우려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인플레 전망을 내리면서 그동안의 부양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의구심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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