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최저임금 논의, 시간이 없다

입력 : 2016-06-20 오후 3:03:44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6일 개최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는 노동자·사용자 위원의 최저임금 요구안이 제출될 예정이었으나, 최저임금 월급·시급 병기와 업종별 차등지급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면서 요구안 제출도 미뤄졌다.
 
사실 최저임금액 표기방식과 업종별 차등지급 여부는 다른 사안들을 재껴두고 3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다뤄질 만큼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다. 시급만 표기할 경우 사업주들이 주휴를 반영하지 않고 일한 시간에 시급만 곱해 임금을 지급할 우려가 있으나,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통해서도 관리·제재가 가능하다. 또 임금 지불능력이 충분한 업종에 최저임금을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경영계가 요구하는 ‘깎는 차등화’는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의 취지에 역행하므로 논의가 무의미하다.
 
관건은 최저임금을 얼마나 인상하고, 그 산입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은 제출되지 않았으나 노동자측은 1만원을, 사용자측은 동결을 각각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고용이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노동계는 노동자의 최저생활 보장과 내수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빠르다고는 하나, 임금액은 여전히 신혼집·자취방 월세, 학자금대출 원리금, 교통비 등 고정 지출을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산입범위 논란도 뜨겁다.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제수당과 상여금, 성과급 등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맞춰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하지만 숙박·교통비, 식대 등 복리후생 차원에서 지급되는 모든 비용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 이런 점에서 산입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은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지엽적인 문제에 발목 잡혀 최저임금액을 졸속으로 심의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지금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건 최저임금을 어떻게 표기하느냐가 아니라 그들의 처우가 얼마나 개선되느냐다.
 
김지영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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