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의 실적 신기록 행진이 1년만에 멈췄다. 전례없는 호황을 만난 반도체는 여전히 질주했지만 갤럭시S9의 부진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다만 하반기 반등이 기대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6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1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조700억원보다는 5.2% 증가했으나, 역대 최고치였던 전분기의 15조6420억원보다는 5.4% 줄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5조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이며, 전분기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7분기만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58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4.9%, 전분기 대비 4.2%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60조원을 넘지 못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25.5%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의 23.1%보다는 높지만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던 전분기의 25.8%보다는 다소 낮았다. 실적 신기록 행진은 멈췄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발표된 실적은 예측치로, 사업부문별 성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도체의 견인이 지속됐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조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던 1분기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사상 첫 12조원 돌파를 점치기도 한다. 이 경우 반도체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80%를 상회하게 된다. 반도체 편중 현상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수기에 진입한 소비자가전(CE) 부문도 러시아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따른 TV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모바일(IM) 부문은 2조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으로 전분기보다 1조원 이상 저조한 성적을 보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영향이다. 지난 3월 출시된 갤럭시S9은 올해 출하량이 3000만대 초반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12년 선보인 갤럭시S3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면서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부문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발 LCD 공급 과잉 이슈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2분기의 1조7100억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년만에 잠시 멈춘 삼성전자의 성장 엔진은 하반기부터 다시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황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갤럭시노트9 등 신제품 출시가 새로운 동력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모바일과 디스플레이의 실적이 개선되면 영업이익이 최대 17조원대까지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연간 실적 역시 사상 최고치 경신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 239조원,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의 지난해의 기록을 또 한번 갈아치울 것이란 예상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