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예산안)경제활력 '숨통', 미래산업 '육성'…씀씀이 키워 경기대응

정부 "경기하강 심상치 않아" 판단…전문가들, 복지치중과 재정건전성 '우려'

입력 : 2019-08-29 오후 6:00:00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가 재정을 2년 연속 9%대 확장편성을 한데는 글로벌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우리경제가 엄중하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세수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하더라도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지기도 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보다 9.3% 늘어난 513.5조원으로 책정됐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은 5135000억원으로 총지출 증가율은 9.3%.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8.5%, 200910.6%2년째 평균 9%대 증가율을 보인 이후 가장 높다. 당시 금융위기 대응 차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경제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확장적 기조로 편성한 것이다.
 
실제 정부는 한해 나라 살림의 규모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적자로 편성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관리재정수지 -3.6%로 적자 예산을 편성한 이후 가장 큰 적자폭이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37.1%에서 39.8%2.7%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내년 국세수입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올해 반도체 등 수출 부진에 따라 내년 법인세 실적이 저조할 것이 확실한 데다 혁신 성장 투자, 복지 지출이 크게 늘어서다.
 
다만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수준에 대해 선진국과 비교한다면 결코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 홍 부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대개 100%를 넘고 일본은 220%를 넘는다""국가 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할 경우 신용평가사나 외신에서 주목해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만큼 40% 중반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당장 발생하는 재정 적자를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을 17.3%,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27.5%로 대폭 늘려 잡은 이유다. 재정적자를 감내하면서라도 예산 총지출을 크게 확대한데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 그만큼 어렵다는 엄중한 현실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일본 수출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국내투자와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성장경로상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고, 기업경제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예산안이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에 방점을 두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정부가 확장재정을 꾀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그럼에도 R&D나 산업 등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예비타당성 검사를 통해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 연구위원은 "R&D 투자 확대로 단기에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부품과 소재의 대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 등 중장기적인 비전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하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재정에 무게를 두고 국가부채 비율을 40% 이상으로 관리하게 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당장 경제가 어려워도 미래를 생각해 현실적인 수준에서 복지예산을 편성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나아가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3년간 정부 재정정책을 통한 경제 성장의 효과가 실제로 있었는지 점검하고 혁신성장을 통해 민간 투자가 일어나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 시점에서 경제 정책 전반을 진단하고 방향을 제대로 다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김하늬·백주아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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