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부동산을 정치에 이용말라

입력 : 2019-10-06 오전 11:50:09
강남에 휘둘리지 말자. 역대 정권이 무수한 부동산 정책을 남발하다 집값 잡기에 실패한 강남 때문에 울었다. 그게 또 현 정권에서도 반복될 조짐이다. 강남 시장의 특수성을 망각하고 일반화된 정책규제로 접근한 탓이다. 강남은 부동산 규제로 잡을 수 없다. 강남 아파트는 비싼 가격 때문에 소유주와 입주자가 다르다. 소유주는 빚을 내고 전세 자금으로 집값을 충당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강남에 집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는 셈이다. 집값엔 허수가 존재하고 그 비싼 매물은 돈 불리기를 위한 상품이 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강남이란 특수한 상권, 학군, 직장 수요 때문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의 생활반경은 강남, 서울이지만 평생 거주할 목적은 아니다. 따라서 집을 사기보다 임대를 택하고 상권, 학군, 직장 유인이 사라졌을 때 가격이 적당한 곳에서 진짜 보금자리를 찾는다. 전셋값은 돌려받을 돈이다. 비싸도 강남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감당할 수요가 존재한다. 강남에 집을 산 소유주도 집값 대부분은 보증금이기에 가격이 올라도 살 수 있다. 더 오르면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리 때문에 일반적인 정책 규제가 통할 리 만무하다. 강남 집값 허수는 전세수요에서 비롯됐고 여기엔 상권, 학군, 직장 등 강남 프리미엄이 원흉이다. 이 문제는 부동산 정책이 아닌 불균형 해소 방안으로 풀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성패란 있을 수 없다. 강남 집값 오름세가 잠시 주춤했다고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애초 집값을 잡겠다는 부동산 정책에 큰 구멍이 있다. 부동산을 잡으면 경기도 망한다. 상품엔 버블이 껴 있으며 그게 꺼지면 침체되기 마련이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부동산을 공공재로만 인식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부동산은 시장에서 자산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그걸 과도하게 깎다가는 시장의 존재도 부정하게 된다. 그에 엮인 산업이나 시장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한다. 자산 디플레이션이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다시 늘리기로 방향을 바꾼 것도 경기를 고려해서다. 부동산 안정화를 꾀하다가도 경기가 부진할 때는 활성화 정책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만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성공한 정책은 없는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분명 규제는 효과가 있고 집값을 잡겠다면 얼마든지 규제하면 된다. 다만 경기 부작용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 강남에만 집중된 선택적 규제가 바람직하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주택 매매가는 15.2% 뛰었지만 전셋값은 1.66% 오르는 데 그쳤다. 주택 소유에 가수요가 섞였다면 전세는 진정한 주택수요다. 전셋값이 잡혔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주거 안정화에 도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매매가는 각각 6.8%, 8.2% 오른 반면 전셋값은 각각 15.54%, 18.16% 급등했다. 집값이 일부 잡혔어도 주거 안정을 이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본 버블에는 부동산 규제의 역효과가 나타난다. 버블 붕괴 이전 일본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120%를 허용했었다. 그러다 부동산 투기 염증이 심해졌고 정치인들은 표를 얻고자 주택총량규제 등 규제 압박에 나섰다. 결국 가격은 무너졌다. 이후 일본은 고베 대지진과 글로벌 외환위기 등으로 유동성을 확대할 시기를 놓쳤고 잃어버린 10년까지 이어졌다. 자산 디플레이션에 대한 교훈이다.
 
전두환 정부부터역대 정부 주택 정책이 수백 개나 된다. 시기마다 적절한 수정 변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것은 미덕이다. 우리나라는 실제 물가 지수보다 주택 가격 지수가 안정화되며 비교적 잘 관리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부동산에 전봇대 규제란 있을 수 없다. 그걸 바꾸는 것을 두고 실패한 것처럼 정쟁에 이용한다면 그또한 낮은 정책 이해도를 자인하는 꼴이다.

이재영 산업2 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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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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