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보수의 낡은 경제관, 이란발 위기도 자초

입력 : 2026-03-18 오전 10:23:5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윤석열 정권이었어도 코스피 6000을 갔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보수 진영의 증시를 바라보는 안목에 혀를 차게 된다.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가 왜 등장했는지 그 기저를 살핀다면, 한 전 대표의 말은 시장에 대한 기망에 가깝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증시를 지탱한 것은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당시 수익을 경험한 신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지만,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가혹했다. 모회사 가치를 훼손하는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상장)', 대주주 배불리기용 자사주 처분, 인색한 배당, 그리고 경영진의 고액 보수 파티까지. 대주주만을 위하는 상장사들의 행태에 질린 개미들이 짐을 싸 떠난 결과가 바로 '국장 탈출'과 '서학개미'의 폭증이었다. 그사이 국내 증시는 만성적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 빠졌다.
 
이재명 정권 아래 상법 개정은 단편적인 조치일 수 있으나, 자본시장의 적극적 부양 의지와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정책 최종 결정자(이재명 대통령)의 선명성은 역대 정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 억제를 통해 잠든 자금을 증시로 유도한 결단이 국장 복귀의 실질적 동력이 됐다. 소위 '뉴 이재명'의 뿌리는 이러한 정책적 효능감을 체감한 중도·보수층의 새로운 지지세력이라는 맥락과도 닿아 있다.
 
이들은 보수 정권의 경제 실정(失政)에 등을 돌린 세력이다. 내란 옹호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경제 정책의 실패만으로도 실망감은 충분하다. 한 전 대표의 발언 전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사주 소각 법안에 맞서 '경영권 방어' 논리를 앞세운 국회 세미나를 열어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보여줬다. 주주 권익 보호보다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이들이 코스피 6000을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윤 정권의 실패는 에너지 정책에서도 극명하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추고, 부지 선정조차 불투명한 원전 부활에 매몰되어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적했듯,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짓는 격인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여전히 공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서둘렀다면 현재의 이란 전쟁 여파 속에서도 에너지 안보 취약국이라는 수모는 면했을 것이다.
 
석유 수급 다변화 역시 정유사들의 이권에 휘둘린 당정의 안일함 때문에 공염불이 됐다. 현재 두바이유가 120달러를 넘어서며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지만, 95달러 수준인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를 확보해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전략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황 함량이 많은 중동산 석유에 맞춰 지어놓은 고도화 설비를 놀릴 수 없다는 '이윤의 논리'가 국가 에너지 안보보다 우선시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운송비 차이를 핑계로 수급 다변화에 소극적이었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 보수 진영은 코스피 6000을 폄하하기 이전에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자신들의 과거부터 돌아봐야 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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