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꽁꽁 숨겼던 외부결제 "홍보는 해도 된다"

앱 가입자에게 '메일 공지' 허용
앱 내 다른 결제 수단 사용은 불가
업계 "다른 결제 수단 '알릴 수 있게' 한 조치에 불과" 비판

입력 : 2021-08-27 오후 12:10:2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애플이 개발자 달래기에 나섰다. 지금까지 금지됐던 외부결제의 '존재'를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앱 내에서 외부결제가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은 아니어서 개발자들은 "바뀐 것 하나 없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앱마켓 사업자를 향한 규제가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다는 주장이다. 
 
사진/AP(뉴시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애플은 개발자들이 iOS 앱 외부에서 제공하는 결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 등을 통해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공지했다. 지난 2019년 미국 시애틀에서 개발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단, "이러한 방식으로 정보를 받으려면 이용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용자는 이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사용자가 디지털 콘텐츠를 앱 내에서 결제할 때 '인앱결제' 방식을 강제하도록 했다. 인앱결제를 사용하면 애플이 30%의 수수료를 가져가게 돼, 콘텐츠 가격이 인상된다. 가령 네이버웹툰 쿠키 1개를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100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아이폰(iOS) 사용자는 120원을 결제하는 식이다. 만약 아이폰 사용자가 네이버 웹페이지로 들어가 쿠키를 결제하는 '외부결제' 방식을 사용하면 30%의 수수료를 내지 않아 똑같이 100원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를 운영하는 구글도 오는 10월부터 애플과 같이 인앱결제로 결제 방식을 변경할 예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 발의된 것이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이 '외부결제' 방식의 존재를 앱 내에 표시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이는 iOS 앱 개발자 권한에 "앱에서 가입 절차를 마친 사용자에게 다른 구매 방법에 대한 이메일을 보내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하지만 앱 외부에서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앱 내 구매 이외의 구매 방법에 대해 안내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있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사진/공동취재사진
 
이번 애플 정책 변경과 관련해 업계는 사실상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토로한다. 기존에도 가능했던 외부결제를 단순히 '홍보'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마치 외부결제가 가능해진 것처럼 설명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자는 "실제 애플 앱스토어에 적용되는 방식에 따라 오히려 외부 결제를 위한 소통을 더더욱 억제하는 방향이 될 수도 있다"며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을 기다려야 하는 단계"라며 경각심을 표했다
 
앱 개발자들은 애플의 이번 정책 변경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미국 앱공정성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애플의 허위 합의 제안은 전 세계 법원·규제당국·입법자들의 판단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개발자들이 앱 외 가격 인하에 대해 고객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양보가 아니며, 앱 시장에 대한 애플의 완전한 통제력을 더욱 부각한다"고 비판했다. 
 
국내 ICT 업계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애플은 지금까지 외부결제 홍보도 막아온 지극히 폐쇄적인 방법을 써왔는데, 이번에 다른 결제 수단이 있음을 '알릴 수 있게 한 조치'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앱 내에서 외부결제는 불가능하다는 걸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게 허용한 것으로 법 통과를 앞두고 개발사를 기만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이어 "우리 법(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지금까지 국도 앞에 표지판도 놓지 않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했으면, 이제 '표지판' 정도는 놓는 격"이라며 "원래도 가능했던 웹 결제(외부결제)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개방성을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움직임이 작은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석의 여지가 남아 애매모호한 공지"라면서도 "변화 움직임의 조짐 정도로 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풀이했다.  
 
한편,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오는 30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며,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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