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가족 보며 스스로 위로 되는 글 쓰고 싶었죠"

'너의 바다가 되어' 저자 고상만 인권운동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가족'의 의미 담아내
"가족애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아"

입력 : 2021-10-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나 스스로가 위로 받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그간 8권의 저서와 다수의 공저를 낸 인권운동가 고상만씨가 9번째 저서로 소설을 들고 왔다. '너의 바다가 되어'는 그의 첫 소설이다. 고씨는 국방부 군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독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 시작은 바로 저자 자신부터 위로할 수 있는 글이었다.
 
이 소설은 돌고래를 매개로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소설을 쓰고 멈추기를 10년 동안 반복했다. 올해 초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때, 이야기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고 저자는 "가장 힘든 시기에 동물과 가족애를 매개로 내가 위로 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며 "그동안 소설의 방향성을 많이 고민했는데, 나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는 ‘글 쓰는 인권운동가’로 알려졌다. 그 동안 인권에 관한 다수의 저서가 있었지만 소설은 처음이다. 그것도 인권이 아닌 동물권에 관한 내용이다. 특별히 돌고래라는 소재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
 
이 책을 처음 구상한 건 약 10년 전이다.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대공원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 것이 큰 이슈였다.
 
박 전 시장의 결정에 언론은 동물원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돌고래에 주목했고, 그 과정에서 한 여성 조련사가 자신의 경험담을 언론에 제보한 기사를 보게 됐다. 당시 지하철에는 메트로 같은 무가지가 많았는데, 출퇴근길에 일상적으로 무가지를 집어 들었다가 본 이 기사가 ‘너의 바다가 되어’의 시작이었다.
 
기사는 어미 돌고래가 공연 도중 하늘로 점프해 링을 통과한 직후에 갑자기 물이 아닌 콘크리트 무대 바닥으로 떨어져 죽은 내용이었다. 입수 지점에 자기 새끼가 있는 것을 보고 충돌하지 않기 위해 몸을 허공에서 3번 비틀어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진 거다. 그 이야기를 보고 엄청 울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동물원의 모든 돌고래는 바다에서 잡혀 온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잡혀 온 돌고래들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기도 하는데, 그 새끼는 바다의 존재를 모른 채 수조 속에 갇혀 공연에 투입되기도 한다.
 
거기서 상상을 했다. 만약 이 엄마 돌고래가 만약 죽기 전에 새끼 돌고래를 만났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너 왜 거기 있었냐고 야단을 쳤을까. 나는 ‘미안하다’라고 했을 것 같았다. “너에게 바다를 보여주지 못 해 미안해.”
 
최근 민법개정안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법적으로도 동물권 보호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부족한 부분은 없을까.
 
그 법이 과연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얼마나 보호할지는 모르겠다. 개 식용·동물학대 등에는 보호장치가 있을지 몰라도 동물원을 없애거나 동물쇼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은 어렵다고 본다. 동물들이 자기 의사로 동물원에 온 경우는 하나도 없을거다. 동물이 동물원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이 합법적인 유통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제주에서 공연을 하던 돌고래 화순이가 지난 8월 수족관에서 세상을 떠났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증상을 보였다는 화순이는 죽기 직전까지 공연에 투입됐다고 한다. 죽어서야 수조를 떠날 수 있는 운명, 생명보다 돈의 가치가 더 컸던 삶이다.
 
아직 전국에는 24마리의 돌고래가 공연에 투입되고 있다. 돈 버는 돌고래 수조에는 그나마 바닷물이라도 공수해 넣어 주지만 돈을 못 버는 물개 수조에는 수돗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가성비를 따지는 물건으로 취급한 예다.
 
비단 돌고래 뿐만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동물을 잡아다 가둔 것도 문제지만, 동물원에 온 사람들도 동물을 물건 취급하기도 한다. 사진 찍는다고 후레쉬를 터뜨리고 쉬고 있는 동물을 움직이게 하겠다고 나뭇가지로 쿡쿡 찌르기도 한다.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북극곰, 벽을 핥는 치타, 나무늘보처럼 늘어져 있는 호랑이 사례를 들었는데, 모두 정신병을 앓는 증세라고 한다. 코끼리의 경우는 모든 신경이 귀에 모여있는데, 이동시키기 위해 귀를 때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법은 동물 보호의 신호탄이기에 부족하다고 하긴 이르다. 일단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법적 지위가 인정되고 이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면 점차 동물원 속 동물 보호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지 않을까. 소설 속에서 돌고래를 의인화한 것은 독자들이 동물권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더 환기하길 바라는 의미도 있다. 
 
'너의 바다가 되어'는 결국 사람에 대한 메시지로, 가족에 대한 동물의 마음은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족은 남보다 못 하다는 한탄과 지적이 많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요즘 뉴스를 보면 가족 간 범죄가 일상처럼 벌어진다. 점차 각박해지는 우리 사회가 가족애까지 망가뜨리는 걸 보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제2의 IMF처럼 코로나19로 여러 사람들이 목숨을 끊을 정도로 모두 힘들고 삭막한 요즘이다. 힘든 상황에 처할수록 처음에 가족을 형성했을 때의 마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책에서는 돌고래와 사람이 각각의 방식으로 가족애를 발휘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 돌고래 루나는 자식 아토를 구하기 위해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소설이지만 실화이기도 하다. 수진처럼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은 사례는 뉴스에서도 볼 수 있고 단골 드라마 소재로도 쓰일 만큼 위대한 모성애다.
 
따라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힘든 상황에 놓일수록 가족애는 기적을 발휘할 거라는 희망을 책에 담았다. 어려운 때일 수록 남이 도와주겠나.
 
가족의 끈끈함과 따뜻함을 담은 이야기로 위로를 이끌어내고 싶었다. 저자인 나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이기도 하다.
 
'너의 바다가 되어'로 동물권 소설을 펴낸 고상만 저자. 사진/고상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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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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