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불황기에 졸업생의 전공과 취업하는 산업 간 불일치 정도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임금 손실과 관련해 불황기 요인보다는 전공 불일치 변수의 영향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2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경제연구-전공 불일치가 불황기 대졸 취업자의 임금에 미치는 장기 효과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2002~2019년중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전공 및 산업 간 불일치 정도를 추정한 결과 불황기에 불일치 정도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전공 불일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성인역량조사에 참가한 OECD 29개국들 중 한국의 전공 불일치율(전체 고용 중 전공 불일치 고용 비율) 50.1%로 인도네시아(54.6%)에 이어 2위다. 이는 OECD 평균인 39.6%를 대폭 상회한다.
추정 결과에 2005년 불황기에 실업률이 1%포인트 오를 경우 전공과 산업 간 매치 품질은 직장 경력이 0~1년인 경우 -38.6%, 2~3년은 -9.5%, 4~5년은 -8.7%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불황기에도 4~5년 -19%, 6~7년 -28% 악화됐다.
또 1998년 불황기에 졸업한 대학생의 경우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실질임금은 직장 경력 초기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가 즉각 회복되지 않고 서서히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질임금은 0~1년에 8.3% 감소한 후 2~3년에는 7%로 감소해 감소폭이 축소됐다. 2005년 불황기의 경우 실질임금 추정 값은 직장 경력 0~3년에 -4.5~-9.2%, 2009년에는 0~3년에 -7~-9.4%로 추정돼 1998년 불황기에 비해 다소 큰 모습을 나타냈다.
또 불황기 졸업 이후 실업을 경험한 청년층(25~35세)은 취업을 유지한 근로자에 비해 임금이 더 낮았다. 2008년 졸업자의 근로소득 변화를 보면 3년 후 실업 경험자의 월평균 명목 근로소득은 97만4000원으로 취업을 유지한 근로자(232만2000원) 대비 2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예상한 바와 같이 불황기에 전공 불일치 정도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대학 진학률은 높으나, 전공과 취업하는 산업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일자리가 부족한 불황기에 더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임금 손실의 지속성에 있어서도 불황기 변수보다는 전공 불일치 변수의 영향이 더 높게 추정됐다"며 "이는 대졸 근로자가 불황기에 취업하더라도 전공과 일치하는 직업을 얻을 경우 임금 손실이 상당폭 작아짐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경기 변동의 진폭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업 선택에 있어 전공 불일치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최 위원은 "정책적 관점에서는 근로자들이 이직을 통해 전공 활용이 가능한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노동 시장의 경직성 완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 등을 통해 전공 불일치 문제를 완화하고 인적자본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1일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불황기에 졸업생의 전공과 취업하는 산업 간 불일치 정도가 확대됐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 센터에서 열린 '2021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한 학생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