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 CCTV있는 격리실서 용변보게 한 것은 인권침해"

인권위 "신체의 자유·사생활 비밀 침해"
해당 병원·관청에 시정·대안 마련 권고

입력 : 2022-02-16 오후 4:06:45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정신의료기관이 입원 환자에게 CCTV가 있는 곳에서 용변을 보게 하고, 과도한 격리·강박을 시행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16일 A씨가 정신의료기관인 모 병원 원장을 상대로 낸 진정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해당 병원에는 격리·강박은 관련 법령에 따라 치료 목적으로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시행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관련 인권교육과 입원환자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관할 관청에는 향후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내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아울러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B씨는 손목에 자해로 인한 상처 봉합 수술을 받은 후 해당 병원에 응급입원 됐다. B씨는 병동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요구하며 주치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병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B씨는 격리실 밖으로 나가려 했고, 병원은 B씨를 침대에 눕혀 사지를 묶는 등 격리·강박했다. 다음날 B씨는 손목 봉합 수술 부위가 터진 걸 확인했다.
 
병원은 B씨에게 CCTV가 설치돼 있고, 복도 창을 통해 안이 보이는 격리실에서 용변을 볼 것도 강요했다. 격리실 내에 화장실이 딸려 있지 않아 B씨는 플라스틱 휴지통에 용변을 볼 수밖에 없었다. 병원은 B씨가 격리실에 입실해 있는 27시간 동안 단 차례도 배설물을 처리하거나 밀폐하지 않고 격리실 내에 방치했고, 같은 장소에서 식사하도록 했다. 이를 알게 된 B씨의 가족A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병원은 인권위에 “코로나 대응지침에 따라 입원 당일은 코로나 결과가 확인되기 까지 격리실에 입원시키고 있다”며 “그러한 상황을 B씨에게 설명했는데도 B씨가 격리실 밖으로 뛰어나오는 등 행동을 했고 입실을 욕하는 과정에서 자·타해 위험성이 있어 격리 및 강박을 지시하는 등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전염 및 확산 위험과 B씨의 자살 위험이 높아 격리실에서 용변을 보는 것 외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병원은 “강박 기간 중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은 유감스러우며, 환자의 용변 처리 모습이 폐쇄 회로 텔레비전에 노출된 것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B씨를 격리한 것은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B씨에게 격리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여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플라스틱 휴지통에 용변을 보게 하거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밀폐된 채 격리실에 방치하는 것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병원은 헌법 제10조와 제12조, 제17조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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