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육사오’ 고경표, 전역 후 코미디 영화 선택한 이유

입력 : 2022-08-17 오후 6:00:05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배우 고경표가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고경표가 코미디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본인이 웃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군 공백기를 거친 고경표는 영화 육사오에서 다시 한 번 군복을 입고 관객들을 작정하고 웃긴다.
 
육사오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이다. 고경표는 극 중 남은 전역 일을 하루하루 세며 따분한 군 생활을 이어가던 남한 전방 감시초소 GP의 말년 병장 천우 역할을 맡았다. 천우는 57 1등 당첨 로또가 운명처럼 찾아오게 되고, 제대 후 꿈꾸던 삶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넘어간 로또를 되찾고자 예측 불허의 눈물겨운 노력을 펼친다
 
고경표는 응답하라 1988’, ‘질투의 화신’, ‘사생활’ ‘D.P’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부터 영화 ‘7년의 밤’, ‘헤어질 결심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해왔다. 군 전역 후 육사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고경표는 웃으면서 촬영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코미디 영화가 많이 부흥하던 시기를 보고 자랐다. 그 시절 향수도 있었다. 코미디 영화지만 인물이나 이야기 자체가 밝고 긍정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억지로 웃음을 쥐어 짜는 게 아니라 상황 자체가 기상천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잘 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도 판을 잘 만들어주셨다. 배우들을 지켜봐 주셨다배우들도 호흡이 잘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막내 동연이와 나이 차이가 있지만 형들이 다들 열려 있었다. 각자 역할에 몰입되어 있었고 그러다 보니 함께 힘을 모아 잘 해냈다는 성취감도 컸다고 말했다.
 
고경표는 군 복무 시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는 전역을 했을 때 어머니가 없는 것들이 모두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삶도 가라앉고 분위기도 쳐져 있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마침 웃고 싶었고 촬영하면서 즐겁게 하고 싶었다. 언제 봐도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한 작품이 다들 좋다고 하니까 요즘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육사오' 고경표 인터뷰. (사진=싸이더스)
 
 
하지만 코미디 영화는 영화계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장르로 손꼽힌다. 가장 최악의 경우가 감독이 설계한 웃음 포인트에 관객이 웃지 않는 상황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장르가 코미디다. 고경표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안 웃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많았다. 시사를 함께 봤는데 초반에 웃음이 없길래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데 상황이 납득이 되고 캐릭터들의 심리, 전사에 대한 공감이 어느 정도 생기니까 웃음이 터지더라. 마치 시동이 걸려서 엔진이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관객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더불어 우리는 시나리오를 많이 보고 찍었던 것들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예열 시간이 필요했다. 예열이 끝나자 쭉 나가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고경표는 기대 이상으로 터진 장면으로 평양에 끌려 가는 천우의 모습을 꼽았다. 그는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아야 하고 병사들의 환호에 손을 억지로 흔드는 천우의 모습에 많이들 좋아 해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베스트 장면으로 이이경과 음문석의 호흡을 언급했다. 그는 이이경이 남한으로 와서 독일어로 이야기하고 음문석이 마음대로 번역하는 장면이 가장 웃겼다. 묘한 애국심, 웅장함,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두 배우의 교감도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캐릭터들의 감정들이 쌓이는 것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하기도 했다.
 
극 중 천우는 1등에 당첨된 로또를 잃어버려 군사분계선까지 넘어가게 된다. 고경표는 자신이 천우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우울증 치료를 받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경이 쓰일 거 같으면서도 손에 들어왔다가 나가니까 우울해졌을 것 같다. 오히려 남이 됐다면 신기하다. 진짜 되는구나. 축하한다고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줬다가 뺐으면 우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경표는 자신이 천우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봤을 때 누구보다 절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천우의 절박함에 대한 힘을 영화 내내 잃고 싶지 않았다. 천우라면 사활을 걸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순수하게 보였으면 했다. 순수한 에너지가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특히 고경표는 천우의 이러한 모습을 위해 살을 찌우기도 했다. 그는 살을 찌우는 동안에는 너무 행복했지만 빼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육사오' 고경표 인터뷰. (사진=싸이더스)
 
고경표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시나리오도 중요하고 배우들도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도전할만한 새로운 캐릭터인가 그런 부분이 선택 기준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재미 있다. 외형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도 과거 작품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헤어질 결심’ ‘육사오’ ‘커넥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현재 tvN 드라마 월수금화목토촬영 중이다.
 
자신이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주연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이고 싶지 주연이고 싶지 않다. 내가 쓰임이 있는 순간이라면 얼마나 나오는 게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모퉁이에서는 배우 고경표 역할로 잠깐 나온다. 중요한 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히스 레저를 롤모델로 삼아서 더 그런 거 같다. 그의 다채로운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그의 방향성을 롤모델로 삼고 연기의 재미를 느끼다 보니 이렇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배우가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론은 배우가 쓰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선택하고 써줘야 소비가 된다. 그러려면 스펙트럼이 넓고 다채로워야 한다. 또한 믿고 맡겨준 것에 대해 부응하기 위해 항상 해내야 하는 것이 배우라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고경표는 삶에 대한 인식도 바뀌게 됐다. 그는 인생이 아깝다. 흥청망청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 어머니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 주셨으니 최대한 열심히 살고 잘 사는 게 보답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삶의 태도가 고경표는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게 됐단다.
 
끝으로 지금처럼 쓰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 도취 되어 망가지지 않을 것 같다.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고 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시기도 길었다. 다만 앞으로 나이가 듦에 따라 연령에 맞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보고 싶다. 보시는 분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 '육사오' 고경표 인터뷰. (사진=싸이더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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