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결국 상장폐지…투자자들 '패닉'·P2E 시장도 '흔들'

위믹스 가치 1100원대에서 600원대로 급락
제2 위믹스 사태 방지 위한 조치 필요성 커져
전문가, 기존 법 내에서 가상자산 안전망 확보 시급

입력 : 2022-12-07 오후 8:28:27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가상자산 위믹스 거래정지와 관련한 위메이드(112040)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8일 위믹스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원화거래소에서 일제히 상장폐지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부장판사 송경근)는 위믹스가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닥사, DAXA) 회원 4개사를 상대로 낸 거래지원종료결정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이 알려지면서 위믹스 가치도 1100원대에서 오후 8시 기준 600원대로 떨어지며 단숨에 급락했다. 위믹스 거래량의 95% 이상이 국내 4대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으로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또 이른바 돈 버는 게임인 P2E(플레이투언) 시장 생태계 확장도 위축될 전망이다. 업계 내에선 '제2의 위믹스' 사태를 방지하려면 가상자산 유통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하고 운영에 투명성을 기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쟁점은 거래소들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의 타당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닥사의 결정이 정당했는가였다. 닥사는 위믹스가 당초 계획한 유통량보다 많은 7200만개를 추가 유통했다는 점에서 거래지원 종료 결정 처분을 내렸다. 반면 위메이드는 초과 수량 대부분은 담보 물량이어서 유통량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사전에 유통량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전혀 없었다면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거래소 4곳이 동시에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번 위믹스 상폐 결정 관련 가처분 신청에서 닥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닥사 측면에서도 향후 운영에 부담감이 커질 전망이다. 위메이드가 제기한 사전 유통량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상폐 결정에 대한 공통 가이드라인 부재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돼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투자자보호 관점에서도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사진=위메이드 동영상 캡쳐)
 
4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로 결론나면서 앞으로 위메이드 사업 영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위메이드는 해외 거래소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25일 "위믹스 사업의 축이 이미 글로벌로 넘어간 만큼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위메이드가 키우는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되는 게임들이 위믹스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P2E게임은 글로벌 이용자가 이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향을 덜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기반 P2E게임은 국내 게임산업법 규제로 해외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위메이드는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해외 대형 거래소들과도 상장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현재 위믹스는 쿠코인, 오케이엑스, 바이빗, 엘뱅크, 비트겟, 게이트아이오, 후오비, MEXC 등의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있다. 그러나 이번 국내 4대 거래소서 상장폐지 결정이 난 만큼 해외 거래소 추가 상장에 난항이 예상된다.
 
P2E 시장에 뛰어든 국내 업체들의 행보도 당분간 위축될 전망이다. 넷마블(마브렉스), 컴투스홀딩스(엑스플라), 카카오게임즈(보라), 네오위즈홀딩스(네오핀) 등은 자체 가상자산을 발행해 P2E게임을 서비스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P2E를 비롯해 가상자산을 활용한 NFT,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일부 게임사들은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이후 가상자산 연동 사업에 대해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행성 우려로 주저했던 국내 규제당국의 P2E 불허 기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용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만큼 속도를 내는 것보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확대 계획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믹스 투자자들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소재 업비트 건물 앞에서 위믹스 상장 폐지 이유 공개와 투자자 피해보상 촉구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선율기자)
 
무엇보다 국내 위믹스, 위메이드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메이드, 위메이드맥스, 위메이드플레이 등 위메이드 관련 주식에 투자한 소액주주들만 지난해 말 기준 무려 16만명이 넘는다. 위믹스 투자자들의 경우 상폐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인원이 2600여명 규모이나, 참여하지 않은 실제 투자자까지 감안하면 투자자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장폐지에 따른 영향으로 위믹스 플랫폼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는 불가피하고 온보딩을 고려하는 게임사들의 부담 증가로 플랫폼 확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플랫폼 매출액 비중은 1% 미만으로 당장의 실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내년 1분기까지 100개 게임 온보딩 목표 달성도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 2의 위믹스 사태가 재현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에서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한 법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부재한다고 규제 이행에 손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존 법 개정 등으로도 충분히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상자산 표준약관제'를 도입하는 등 기존 법에 가상자산 관련한 추가 준칙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성후 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회장은 "공개된 기준에 의해 상장해야하며 상장할 때 상대방에게 계약 준수 사항을 알려줘야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약관법을 관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함께 나서 표준약관제를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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