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다윗의 돌멩이, 우크라이나의 휴대폰 전술

입력 : 2022-12-14 오전 6:00:00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보낸 5000개의 스타링크 터미널과 피자를 담는 포장지 크기의 안테나 장비는 3월 중순부터 군사작전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다. 4월까지 총 1만5000개의 안테나가 군대와 주정부, 학교, 소방서에 보급됐다. 지구 저궤도(LEO)에 배치된 스타링크 초소형 군집위성(Satellite constellation)이 제공하는 네트워크는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이나 군부대의 대전차무기나 대함무기를 유도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체계였다.
 
영국 가디언지는 3월 말에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아에로로즈비드카'가 러시아의 기갑 무기를 저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로 아마추어 동호회로 출발한 이 드론 부대는 휴대폰으로 마을마다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모든 드론을 모을 것을 호소하였고, 모아진 드론에다가 조잡한 수류탄을 매달아 러시아 전차 위로 접근한 다음, 그것을 떨어뜨렸다. 정확한 위치 선정과 폭탄 투하 기술은 전자지도에서 위치를 표기하고 영상과 작동 명령을 전송하는 네트워크에서 구현되었다.
 
야간에 전기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이동하면서 매복하다가 러시아 전차를 향해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우크라이나의 유격 전술 역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휴대폰이 러시아의 구닥다리 지휘체계를 제압한 결과였다. 휴대폰은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돌멩이와 같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민들이 중앙 광장에 모여 휴대전화기를 충전하면서 통화와 인터넷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충격적인 사건은 4월15일에 일어났다. 옛 소련제 지대함 미사일인 넵튠을 개량해서 보유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가 흑해에서 러시아의 기함인 순양함 모스크바호를 격침시킨 것이다. 아무리 우크라이나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어떻게 200km 이상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서 움직이는 표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었을까.
 
모스크바함의 위치는 미군이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 표적에 미사일을 유도한 통신체계는 스타링크 네트워크였다. 스타링크 터미널과 안테나가 작동을 시작하던 3월 초에 러시아 우주국(Roscosmos)의 책임자인 드미트리 로고진은 일론 머스크에게 우크라이나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위성을 격추하는 반위성 요격무기(ASAT)를 보유하고 있지만 2000여개의 스타링크 초소형 위성은 지구 저궤도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마침내 4월 모스크바호 격침 사건이 벌어지자, 러시아는 스타링크 위성체계에 대한 대규모 전자적 공격을 감행한다. 위성과 지상 터미널을 연결하는 소스 코드를 공격하고 방해전파를 발사함으로써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정교한 공격이었다. 그 결과는 어땠나.
 
지난 2019년 5월15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우주 기반 인터넷서비스 '스타링크 프로젝트'용 위성 60기를 실은 팰컨9 로켓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컨재버럴 공군기지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4월23일 미 국방부 장관실 전자전 국장인 데이비드 트렘퍼는 스페이스X사가 스타링크 위성 광대역 서비스를 방해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을 어떻게 좌절시켰는지 언론에 상세히 설명했다. 러시아의 전자적 공격에 머스크는 위성과 지상 터미널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공격을 피했다.
 
미 공군의 전자기 스펙트럼 우월성 책임자인 태드 클라크 준장은 새롭고 수정된 시스템이 "신속하고 치명적이며 탄력적인 방법"이라고 격찬했다. 그는 "그 눈부신 속도에 눈을 뗄 수 없었다"며 "미군이 이와 같은 작전을 수행하려면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즉시 해냈다"고 말했다. 페도로프 장관은 미국의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광대역 데이터 통신망을 통해 국가의 에너지, 치안, 소방, 응급, 구호의 국가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시민의 항전을 지도했다.
 
지난 2020년 3월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최대 위성 전시회 '새틀라이트(SATELLITE)'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 중인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스타링크 위성 체계는 향후 인류의 기술문명에 심오한 변화를 예견한다. 5G를 넘어 6G로 나아가면서 자율자동차가 운행되는 스마트 시티를 꿈꾸는 미래 문명의 성공 여부는 지상에 얼마나 많은 통신 기지국을 세울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가늠되었다. 중국은 자국 내에 이미 400만개의 통신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에 370만개의 기지국을 제공했다. 국내에 40만개의 기지국을 보유한 통신 후진국인 미국은 도저히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런데 우주에서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굳이 지상의 기지국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그런 개념을 비웃을 때 일론 머스크는 전쟁터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를 기정사실화하듯 전쟁 이후 머스크는 초소형 위성을 미친 듯이 우주에 발사했다. 그는 올해만 총 52회의 로켓을 발사하는데, 이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로켓 발사 숫자를 합한 것보다 많다. 범지구적 디지털 네트워크 제국의 황제로 등극하는 야망이 머스크의 머릿속에서 솟아나는 순간이다.(내일 계속)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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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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