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유가·경기 불안 가중

러시아와 사우디가 밀어올린 원유값
전쟁이 부싯돌…전쟁 배후 이란 지목
산업 유불리에도 거시경제 악영향 커
당장 전기요금부터 더 오를 공산 우려

입력 : 2023-10-10 오후 3:49:3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러시아와 사우디가 원유값을 밀어올리는 와중에 이스라엘-팔레인스타인 전쟁이 터져 고유가를 부추깁니다. 유가는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고금리 기조가 더 길어질 개연성을 높입니다. 유가 인상으로 국내 산업은 단기적으로 유불리가 존재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고금리 등에 따라 유동성과 채산성이 악화돼 한계기업부터 부실, 도산 위험이 우려됩니다.
 
현지 진출 기업들, 직원 귀국 조치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의 연구소 또는 판매법인 등이 존재하고 대한항공이 항공편을 운행합니다. 삼성전자는 “현지 주재 직원들은 현재 재택 중으로 우리 정부의 지침에 따라 비상 시엔 인근 국가에라도 대피시킬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접수된 피해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또 LG전자는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과 직원 가족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면서 “지점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직원들의 경우 재택근무를 지속하고 안전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은 “일단 항공편을 결항시켰고 우리 교민이 탈 수 있는 비행기를 오늘 보내 내일 인천공항(오전 6시10분 도착)으로 데려올 예정”이라며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지 상황을 면밀히 살펴 추후 운항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대이스라엘 수출은 자동차가 가장 많고 그 외 주요 품목은 합성수지, 건설중장비, 집적회로반도체 등입니다. 지난해 12월 한국과 FTA가 발효돼 교역 확대가 기대됐으나 전쟁은 악재로 작용합니다. 전쟁이 길어지면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원유시장에서 중동 정세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중동산 두바이유가 3%, 북해산 브렌트유가 4% 정도 전쟁 발발 직후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도 비슷하게 올랐습니다. 과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몇주간 진행됐기 때문에 한동안 불확실성이 상존합니다. 전쟁 발발 지역이 원유 생산지는 아니지만 전쟁을 일으킨 하마스 무장조직 배후로 이란이 지목됐습니다. 최근 미국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간 험악했던 정세가 완화됐는데, 이번 전쟁은 다시 긴장을 유발합니다. 일단 여타 중동국가들이 참전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집니다. 다만 이란이 물밑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미국 및 서방이 원유 수출 통제 같은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스라엘과 중동간 화해무드에 불만을 품은 이란이 이번 사태를 부추긴 만큼 직접 참전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경고합니다.
 
더욱 내리지 못하게 될 금리
 
사우디 국영 아람코는 아시아향 원유 공급가격을 연말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쟁까지 터져 스팟거래 시장이 바빠질 조짐입니다. 전쟁 전에 이미 원유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재고를 늘리는 계약체결이 이뤄졌었습니다.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을 제외하고 국내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은 장기계약 위주로 원유를 조달해왔습니다. 그나마 3사 중에선 HD현대오일뱅크가 스팟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라 대응도 민첩합니다. 단기적으로 원유값이 오르면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이익이 더해집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부진과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 확대, 미국 석유제품 재고 증가 탓에 정제마진이 감소하던 터였습니다.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 유가 상승은 영업수익성을 약화시킵니다.
 
무엇보다 원유값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웁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경기 부진에도 고금리 정책을 바꾸기 어려워집니다. 통화긴축은 무역갈등과 얽혀 중국 경기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서도 해외자본이탈과 금융조달비용 상승 탓에 기업들의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이 약해지는 추세입니다. 원유에 연동하는 천연가스값도 올랐습니다. 당장 국내선 적자부채가 산더미인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공기업 문제가 발등의 불입니다. 원가 인상으로 적자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면 국내 물가 상승 부담을 키우는 추가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해집니다.
 
조선플랜트 분야는 유가 상승세에 수주 일감이 늘어나고 수요위축 속 원가상승 부담을 지는 화학사들이 경영난에 빠지는 등 산업별로 유불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산업경기 전반엔 수요침체 압력을 더하고 시장 불확실성을 짙게 만듭니다. 한국은 유가에 연동한 달러 강세에 수출 환율이 유리해질 수 있지만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형편이라 수출 가격경쟁력 저하도 염려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지역이 석유 생산지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떤 식으로든 중동 시장 내 긴장감을 키운다”며 “과거 오일사태 수준 급등까진 아니더라도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유가도 더 오를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세계 경제 전반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우리 경우 물가 상승 압박과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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