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줄줄이 투자손실…보장성 보험이 방패막이

고금리·고환율로 투자실적 '뚝'…보험손익이 실적 하락 상쇄

입력 : 2024-05-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금리·환율 상승 영향으로 투자자산 손실이 이어진 가운데 보장성 보험 수익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보험손익 증가분이 투자손익이 급감한 부분을 상쇄시키면서 실적 방패 역할을 한 것입니다.
 
보험사 1분기 성적표 희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는 총 9곳입니다. 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신한라이프생명·하나생명 등 4곳 당기순이익이 오르거나 흑자 전환하는 등 실적이 개선됐고, KB라이프생명·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 등 5곳은 실적이 악화됐습니다.
 
KB손보는 채권시장 위축으로 투자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4% 급감했습니다. 자산운용 규모는 34억7583억원이며 이 중 22조원을 원화채권과 대출 채권으로 운용했습니다. 다만 KB손보는 당기순이익이 2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었습니다.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가 증가로 보장성 보험에서 2조2069억원의 이익을 낸 덕분입니다.
 
한화손보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채권 손실로 투자 이익이 지난해 1분기 대비 28% 감소했습니다. 대신 장기 보장성 보험 월납 신계약 실적은 1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신계약 CSM은 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했고 당기순이익은 12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올랐습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1분기 채권 자산이 38조4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투자자산에서 손실을 봤습니다. 대체투자자산은 7조3904억원으로  같은 기간 3.2% 감소했습니다. 대신 당기순이익이 1542억원으로 15.2% 증가했는데요. 보장성 보험 이익이 4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2% 급증한 영향입니다.
 
하나생명 또한 해외 대체투자 자산 손실로 투자손익이 56억원에서 17억원으로 69.6%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20억원의 당기순손실에서 벗어나 올해는 흑자를 냈습니다. 단기납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로 45억원의 순익을 냈습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적은 보장성 보험을 얼마나 유치하고 유지하는지가 좌우한다"며 "다만 생보사는 단기납 종신보험 같은 절판 마케팅의 영향도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끌고 갈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들이 고금리·고환율의 영향으로 1분기에서 투자자산 손실을 낸 가운데 보장성 보험이 실적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3월 8일 서울 한 건물에 약국과 병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보장성보험 등 포폴 다변화 나서
 
반면 보장성 보험 성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곳은 투자 손실 여파를 그대로 맞아야 했습니다. 
 
KB라이프의 투자영업 이익은 63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7.1% 급감했습니다. KB라이프의 자산운용 규모는 총 30조4180억원인데, 28조2113억원을 유가증권에 투자했습니다. 장기 보장성 보험 원수 보험료는 2조2069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성장했지만 순익이 상승한 타 보험사들에 비해 손실 대비 수익이 크지 않습니다.
 
농협생명은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1% 줄어든 78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단기납 종신보험 등 보장성 신계약 확대로 신계약 CSM은 전년 동기 대비 192.9% 증가한 4605억원을 기록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보유자산에 직격타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보유자산은 지난해 1분기 1164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485억원으로 58.3% 급감했습니다.
 
농협손보도 채권투자 수익 감소로 1분기 순익이 전년에 비해 24.2% 줄어든 598억원입니다. 원수보험료는 증가해 보험손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난 616억원을 기록했지만, 농협생명에 비해 장기 보장성 보험 비중은 크지 않았습니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올해 1분기에도 9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자산은 2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3% 증가했지만, 1년 이내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 판매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나손보는 올해 1분기 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83억원 적자에 비해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역시나 장기보험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손실이 적고 우량한 안전자산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업에 비해 투자 손실이 큰 편은 아니지만 금리와 환율의 영향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 확대를 위해 판매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은 보장섬 보험 규모에 따라 희비가 나뉘었다. 사진은 3월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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