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대선 테마주, ‘지인’ 말고 ‘정책’ 주시

‘인맥’ 상지건설, 묻지마 폭등…‘세종 호재’ 계룡건설 미지근
테마주, 친분에서 정책으로 이동
에너지고속도로 관련 주목… ‘서민지원 부담’ 금융주 미리 걱정

입력 : 2025-04-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조기 대선에 나설 주요 후보들이 본격 채비를 갖추면서 주식시장의 테마주들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대선 테마주 붐 초기엔 인맥 중심의 랠리가 펼쳐지지만, 테마주로 묶인 기업들에게 돌아갈 실제 수혜는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과 관련돼 있어 시장의 관심도 점차 정책 관련주로 이동할 전망입니다. 
 
‘행정수도’ 수혜 계룡건설, 뒤늦게 출발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장 초반 7%대까지 올랐던 계룡건설 주가는 거래 시작 20분도 되지 않아 하락 반전, 낙폭을 키웠습니다. 장중 낙폭을 한 자릿수로 줄이기도 했지만 결국 14.32% 하락한 1만855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계룡건설의 하락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의 발언과 연계해 주목받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심장, 충청을 행정·과학 수도로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여기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대전은 과학수도로, 충북은 미래산업 중심지로, 충남은 환황해권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세종시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건립하고 공공기관 이전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문재인 정부 추진했던 지방 분권과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충남·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계룡건설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계룡건설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씨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한 날부터 급등해 10일 장중엔 2만6450원을 찍기도 했습니다. 3일 종가 1만3200원에서 2배나 오른 겁니다. 그런데 정작 유력 주자가 세종을 강조하자 급락세로 돌아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에 차익 실현이란 시각과, 발표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라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지난 14일 계룡건설의 ESG 등급이 하락한 일도 뒤늦은 핑곗거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하락과는 상관없이 계룡건설이 세종 개발의 수혜를 누릴 것이란 시각은 일치합니다. 게다가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를 밑도는 저평가는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입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이재명 관련 건설주인 상지건설은 이날도 상한가로 마감, 10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을 썼습니다. 상지건설은 과거 사외이사였던 인물이 이 후보의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도화선이 돼 폭등 중입니다. 똑같이 이재명 테마에 올라탄 건설주이지만 계룡건설의 랠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대선 테마주 중에서도 건설주의 랠리는 직관적입니다.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실존합니다. 공공발주의 경우 일정 비중 이상을 지역 건설사에 할애하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그 비중이 하락해 지역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상지건설은 이익이 예상된다기보다 해당 인물이 상지건설 실적 증가에 기여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의한 랠리로 해석됩니다. 만약 막연한 기대감이 실현된다고 가정해도 그로 인해 기업 실적이 10배 이상 증가할 리는 없는데 주가는 이미 10배나 급등한 상황입니다.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성장과통합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성장과통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대선 공약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다.(사진=뉴시스)
 
‘누가 진짜?’ 옥석 가리기
 
이처럼 대선 테마주는 유력 후보의 혈연, 지연, 학연 등 인맥으로 생긴 기대감에 의한 테마와, 후보 진영이 내세운 정책 테마로 성격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개 테마 생성 초기엔 인맥에 의한 테마가 강하게 움직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정책 테마로 관심이 옮겨갑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도 나선 후보이기에 그의 등판 조건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즉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된 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느냐에 관심이 쏠렸던 지난해 12월 초순부터 그와 관련된 테마가 태동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재명 테마주’로 자주 거론되는 동신건설, 오리엔트정공 등은 191명의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 12월 4일 첫 상한가를 기록하며 랠리의 막을 열었습니다. 이후 “누가 이재명과 무슨 연이 있다더라”라는 온갖 ‘설’에 의해 테마주의 범위도 확대됐습니다. 이후 인맥 관련주들은 기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오직 수급과 헌재의 탄핵 선고 가능성에 따라 오르내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선 주자들이 추려지면서 정책으로 관심이 이동했고 본격적인 정책 관련주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계룡건설이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급등한 것이 이를 보여줍니다. 
 
수많은 주식종목들이 “누구와 관련 있다”는 풍문만으로 이미 급등한 만큼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각 후보 진영의 정책과 관련한 테마주들 또한 실현 가능성과 예상되는 수혜의 규모에 따라 온도 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여야 가릴 것 없이 많은 후보들이 대선 출마를 발표했지만, 경선 통과 여부와 당락 가능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예정입니다. 당선 확률이 낮은 후보인데도 관련주로 급등한 상태라면 급락 반전을 조심해야 합니다. 
 
태양광, 관세 면제+에너지고속도로
 
유력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호재에 올라탄 계룡건설 외에도 그의 ‘잘사니즘’ 정책과 관련한 산업 및 기업은 다양합니다. 
 
우선 재생에너지 생산과 활용을 위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이 있는데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곳곳에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의미합니다. 스마트그리드, 초고압 송배전,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전임 정부의 친환경 정책 때문에 밀려난 원전을 되살리느라 외면했던 태양광·풍력발전도 이와 관련 있습니다. 미국이 태양광 소재에 대해선 상호관세를 면제해 준다는 소식에 OCI홀딩스. 한화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이 이날 급등했는데요. 이들은 모두 에너지고속도로 관련주이기도 합니다. 
 
‘K-엔비디아’ 육성과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정책은 기존 정부의 AI 성장 지원과 궤를 같이합니다. 데이터센터 관련주 또한 에너지고속도로 정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밖에 바이오 특화펀드 조성, 드론, 로봇장비 투자 정책도 구체적인 규모 등에선 변화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며, 방위산업 지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외 소형모듈원전(SMR)을 거론한 점도 같습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외에 전임 정부와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는 큰 줄기는 경제성장 방식입니다. 16일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통합’이 출범했는데요. 이들은 ‘3·4·5 성장전략’(2030년까지 3% 성장률, 4대 수출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을 제시하며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과거 기본소득을 강조했던 이 후보가 이를 철회하며 우클릭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일부에선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떠올립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에 무게를 둔 이 정책은 기업의 법인세 등이 오르고 정부 지출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정책 하에서는 금융회사들이 이자 부담 경감 등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증시에서 금융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이처럼 대선 테마엔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실적이 어떻게 변하느냐입니다. 탈락한 후보는 물론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주들도 결국 거품은 꺼지기 마련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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