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동원F&B 품는 동원산업, 동원시스템즈까지?

동원시스템즈 최대주주도 동원산업, 주식 교환 가능
주식 교환으로 김 회장 등 지분율↓…자진상폐 가능성 사라진 것 아니야

입력 : 2025-04-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동원산업이 주식 교환 방식으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시키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중복상장 문제를 비판하던 투자자들과 시장이 환호했습니다. 증권사는 목표주가도 높였습니다. 동원산업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 개척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해외 인수합병(M&A)에도 나설 전망입니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는 또 다른 변화의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세 갈래 갈림길 앞에선 동원산업이 어떤 길을 택할지 주목됩니다.
 
동원산업 주식 늘지만 연결실적 증가
 
(사진=동원그룹) 
동원산업은 지난 14일 주요사항 공시를 통해 ‘주식 교환·이전 결정’ 사실을 알렸습니다. 현재 동원산업이 74.3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동원F&B를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지분 100%를 확보하는 만큼 동원F&B는 상장폐지됩니다. 
 
방법은 동원산업이 가지지 못한 동원F&B의 나머지 주식 1주당 동원산업 주식 0.9150232주로 교환해 주는 방식입니다. 동원산업 입장에선 신주를 발행(증자)해서 동원F&B의 지분율을 늘리는 셈입니다. 단, 이미 74.38%, 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74.4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만 교환 대상입니다. 
 
동원F&B의 나머지 주식이 전부 동원산업 주식으로 교환되는 경우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452만3902주입니다. 주식 교환이 성사되면 현재 동원산업 전체 주식 수 3962만4084주는 총 4414만7986주로 늘어나게 됩니다. 기존 동원산업 주주들은 신주 상장으로 인해 보유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겠지만, 그 대신 동원F&B의 실적이 100% 동원산업 실적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얻습니다. 동원F&B도 지난해 18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꾸준한 이익을 기록 중인 알짜 기업이라서 동원산업 주가 상승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만약 이에 반대한다면 주식 교환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됩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주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사의 주식가액과 교환비율은 해당 공시가 나오기 2개월 전부터 집계한 주가 수준에 맞춰 정해졌는데, 동원산업과 동원F&B 모두 그 가격이 지금 주가보다 훨씬 낮기 때문입니다. 반대매수청구가도 이에 준해서 지급됩니다. 일부 주주들은 주가가 아닌 주당 순자산(BPS)에 기준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준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중복상장 지긋지긋…상폐에 환호
 
동원산업은 이번 주식 교환 결정을 계기로 해외 사업에 적극 나설 방침인데요.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동원산업은 원양어업을 주력으로 하는 사업 지주회사입니다. 동원F&B는 참치캔 등 식음료 기업입니다. 하지만 둘 다 내수 중심이라서 성장성은 크지 않습니다. 미국에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가 있지만 그룹 내 식품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2%로 높지 않습니다. 동원산업은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 40%까지 높이겠단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추가 M&A도 가능해 보입니다. 
 
주주들이 이번 주식 교환 방식의 자회사 편입을 환영하는 것은 사측이 밝힌 전략 외에도 국내 증시에 만연한 중복상장과 그에 대한 반감, 또 그 반작용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증시에서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고, 상장사를 물적분할해 또 상장시키는 등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져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감이 대단히 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로 중복상장되어 있는 사업회사를 상장폐지하는 결정이었기에 주주들이 환영한 것입니다. 일부 주주들은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였던 보험회사와 증권사의 지분을 사들여 상장폐지시킨 후 장기간 주가가 크게 오른 메리츠금융지주의 사례를 보며 동원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흥국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동원산업이 동원F&B를 품을 경우 국내외 식품사업을 통합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을 도모하는 등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목표주가를 5만5000원으로 높였습니다. 
 

(이미지=동원그룹 IR자료 발췌)
 
동원시스템즈도 주식 교환 상폐할까?
 
흥국증권은 중복상장 이슈를 해소했다고 설명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동원산업과 스타키스트가 각각 71.04%, 12.31%씩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인 동원시스템즈가 아직 상장사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동원시스템즈는 패키징 업체입니다. 참치캔, 음료수병 등 동원F&B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포장용기를 만듭니다. 요즘엔 2차전지 소재 사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동원시스템즈 지분 중 동원산업의 지분율이 월등히 높아 언젠가는 동원시스템즈도 동원F&B처럼 주식 교환 등의 방식으로 100% 자회사로 만들 것이란 예상은 가능합니다. 스타키스트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지만 스타키스트 역시 동원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이자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상장주식의 95%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그 주체는 최대주주 1인이 아닙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6조2항에 따르면, ‘최대주주 등이 해당 주권에 대하여 공개매수(그에 준하는 방법 포함)나 장내매수를 하였을 것’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최대주주 ‘등’엔 특수관계인이 포함됩니다. 
 
경영진이 결심하면 가능한데 실행 여부나 시기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동원산업도 자회사 상장폐지 후 주주환원 비율을 높이고 승승장구한 메리츠금융지주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자진상폐 가능성 잔존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주식 교환으로 생긴 지배구조 변화입니다.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김남정 회장으로 59.88%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부친 김재철 명예회장 21.49%, 동원육영재단 4.38%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총 87.83%입니다. 이 때문에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할 당시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됐는데요. 
 
이번 동원F&B와의 주식 교환으로 신주가 발행되기 때문에 이들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소폭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 교환 후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78.9%로 낮아집니다. 그렇다고 자진상폐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자진상폐 기준인 95% 지분 확보를 계산할 때는 자사주가 빠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자사주를 제외한 나머지 발행주식 중에서 95%를 확보하면 됩니다. 굳이 김남정 회장 등 일가의 돈을 들이지 않아도 실질 지분율을 높일 수는 있습니다. 이번 주식 교환 결정에 반대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나온다면 이 주식도 자사주가 됩니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11월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면서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하고, 무상증자 또는 주식배당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총주주수익률(TSR)을 4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무상증자나 주식배당은 지분율 자체엔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만약 주주환원의 방안에 자사주 취득이 포함된다면 얼마든지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결정을 계기로 동원산업의 미래를 기대하며 주식을 매수하겠다면 동원산업보다 동원F&B를 매수하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합니다. 17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3만7100원에동원F&B 1000주를 매수한 원금 3710만원이, 동원산업(4만2700원) 915주, 3907만원으로 불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두 회사의 주가 차이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에 한정한 가정이며 투자 차익이 5.3% 수준으로 크지는 않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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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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