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편의점업계가 '퀵커머스(Quick Commerce)' 콘텐츠를 도입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그간 업계는 특유의 접근성을 토대로 괄목할 만한 매출 상승세를 보이며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중심 축으로 떠올랐지만, 근래 점포 난립에 따른 포화 상태 문제가 대두되며 성장세가 조금씩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는데요. 업체들은 유통업 전반에 걸친 배송 서비스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데다 중고 거래로 택배를 이용하는 젊은 수요층이 많다는 점에 착안, 퀵커머스 콘텐츠로 시선을 돌려 반등을 도모한다는 방침입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을 운영하는 CU는 하루 만에 택배를 받을 수 있는 'CU내일보장택배' 서비스를 이달 중순부터 도입했습니다. 배송은 딜리박스중앙이 담당하는데요. CU는 일단 서울 지역에 이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추후 주요 도시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는 같은 권역 내에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6시 이전에 접수되는 물품의 경우 익일 지정된 곳으로 배송되는 서비스입니다. 편의점 일반 택배가 통상적으로 2~3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CU 서비스의 배송 속도는 월등한 경쟁력을 갖췄다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CU 측은 가격도 일반 택배 대비 최대 37% 저렴하다고 밝혔습니다. 500g 미만의 경우 3200원, 500g~1㎏ 미만은 4700원, 3~5㎏ 미만은 5400원에 운임이 책정됐습니다.
처음으로 편의점 택배 경쟁에 불을 지핀 GS25도 퀵커머스 서비스를 지속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GS25는 지난 2019년 점포에서 택배 발송 및 수령이 가능하고 일반 택배 가격의 절반 수준인 '반값택배'를 도입한 바 있는데요. 반값택배의 현재까지 누적 이용 건수는 4300만건을 넘었고, 전년 대비 이용 건수 증가율은 △2022년 75.7% △2023년 15.3% △2024년 12.1%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GS25는 지난해 제주 마라도를 제외한 전국 매장으로 택배 가능 지역을 넓혔습니다. 또 QR코드 스캔 후 무게를 측정할 경우 바로 택배를 접수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한편 세븐일레븐도 지난 2월 자체 물류망을 활용한 '착한택배'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착한택배는 세븐일레븐의 점포 간 택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세븐일레븐에서 접수한 택배를 고객이 지정한 점포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이 서비스는 세븐일레븐 자체 물류망을 활용하는 만큼 이용일의 제한이 없습니다. 기본 운임은 1980원이며 택배 접수 가능한 무게는 최대 5㎏입니다.
이처럼 편의점업계가 퀵커머스 서비스 강화에 나선 것은 업태가 성장 동력에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원 대비 4.6% 감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약 5년 만에 하락 반전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에서 편의점이 주력 채널로 떠오르면서 점포 난립에 따른 점주들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업계가 적극적인 퀵커머스 콘텐츠 도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편의점의 경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중고 거래의 전초기지로 적합한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워낙 점포 수가 방대하다 보니 이 자체가 동네별 풀필먼트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MZ세대가 접근이 용이한 특징도 있다"며 "이를 토대로 소규모 택배를 발송하거나 수령하기에 적합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퀵커머스 산업은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편의점의 경우 다른 채널들 대비로도 배송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업계의 퀵커머스 콘텐츠 강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