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

입력 : 2025-04-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1949년생이니 ‘윤석열 나이’로 치면 76세입니다. 아직까지 일국의 국무총리로 활동하는 것도 대단한데,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대통령의 빈자리까지 맡아 열일하느라 힘겹기만 합니다.
 
그런데, 바람이 붑니다. 잘만 하면 선거를 통해 ‘지존’에 오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별의 순간’이 어른거립니다. 태평양 건너 세계 최강국 대통령도 자신보다 3살밖에 많지 않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하루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영조는 76세(영조45년 6월9일)에 ‘백발이 검어지고, 이가 새로 나서 기이하다’고 스스로 감탄했으니 나이 따위는 ‘개나 줘버려’도 문제없을 듯합니다.
 
재수만 좋고, 바람만 잘 불어주면 한달 반 뒤에 생각지도 못했던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게 관운인가요. 한평생 공무원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는데, 말년까지 하늘은 자신의 편으로 보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흔들어주는 바람이 고마울 겁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욕과 탐욕
 
『논어』에 '계씨'편이라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세가지를 경계하라고 합니다. 어려서는 혈기가 불안정하니 여색을 경계해야 하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왕성하니 싸움을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했답니다. 다른 것 다 물리치고, ‘탐욕’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욕심이 사라질 것 같은데, 오히려 더 폭발합니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점점 더 탐욕스러워지는 게 사람 사는 건가 봅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세월이 주는 무게를 받아들이면서 탐욕을 내려놓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순리에 따라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순응하고 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11살 어린 데통령이 한밤에 긴급 소집한 비상계엄 선포 자리에서 국무총리직을 걸고 입바른 소리 한번 못한 양반이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욕심이 생기나 봅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조만간 ‘국민이 불러서’라는 명분을 들고 대선판에 뛰어들 기세입니다.
 
뭐,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은 좋은데, 노욕이 보입니다. 이쯤이면 귀에 들리는 것이 없어지고, 조금 더 있으면 눈에 뵈는 게 사라집니다.
 
검사질만 26년 줄기차게 한 사람도 어영부영 대통령까지 됐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습니다.
 
하늘도 땅도 자신 편이라고 믿습니다.
 
서글픈 것은 불쌍한 중생들입니다. 대통령직에 대한 책임감도 없이 ‘3년 하나, 5년 하나’를 쉽게 뱉는 양반에 국가를 맡긴 스스로의 죄를 탓할 뿐입니다.
 
속된 표현으로 ‘개나 소나’ 다 뛰어드는 대선판을 보면서 전국민적 우울증에 걸릴 판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늙기는 쉬워도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 노욕은 추하다고 해서 노추라고 했습니다. 지족원운지. 만족함을 알고 그만 멈추는 게 8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아닌 어른의 길입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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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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